사는 이야기/함께하는 이야기

주고받기와 밀고 당기기는 다르다

후암동남산 2011. 9. 19. 15:15

 

 

연애를 불행하게 하는 사람들은 주고받기를 못한다. 적당히 주고 받을 줄 알아야 하는데, 너무 줘버리거나 너무 받기만 해서 불행한 연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고 받기를 제대로 하는 인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L] 저는 애인에게 받지 못하더라도 잘해주는 편이거든요. 나중에 '나한테 잘해주겠지'리고 생각하면서 계속 잘 해주었는데 이러면 애인이 쉽게 질리나요?

[P] 남자친구와 싸웠는데 전화를 안 해주네요. 싸우고 난 뒤에 남자가 먼저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M] 애인에게 전화가 오면 바로 받지 말래요. 너무 기다린 것처럼 보인다며...

[K] 애인에게 문자가 세 번 오면 한 번만 답문 해주는 게 좋대요.

 

밀고 당기기에 물든 사람  자존심이란 꼭 쓸 데만 써야한다. 그런데 쓸데없이 자존심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연락하고 싶으면 먼저 하면 된다. 애인이 잘못했다고 빌 때까지 연락을 끊고 쓸데없는 자존심만 내세우는 사람은 자기 연애만 하는 것이다. 싸우고 난 뒤 본인이 더 잘못했어도 남자가 먼저 전화해주길 바라는 여자는 연애할 자격도 없다.

 

나보다 애인이 더 잘못한 경우는 더하다. 이 경우엔 무조건 상대방이 먼저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자기가 자존심을 굽히고 먼저 연락하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연락하고 싶어도 쉽게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왜 이런 쓸데없는 데 자존심을 세우는가.

 

 

보통 싸움을 하면 밀고 당기기를 하는 커플들이 있다. 난 개인적으로 밀고 당기기를 혐오한다. 밀고 당기기는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행동하는 수동적인 연애이며, 대갈빡을 굴리면서 하는 계산적인 연애다. 밀고 당기기의 전형적인 예는 이렇다.

 

문자나 전화 3번에 1번 답해주기

너무 좋아하는 티를 안 내기 위해 데이트가 끝나고 애인과 헤어질 때 뒤돌아보지 않기

전화가 오면 바로 받지 않고 일부러 벨소리 3번 이상 울리고 받기

이성과 데이트가 끝나고 30분 안에 문자하지 않기

 

밀고 당기기의 최대 단점은 표현하고 싶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며,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밀고 당기기는 자신의 마음을 들키면 상대방에게 끌려다닌다는 패턴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연애방법론이다. 연예인들이 각종 매체에서 "나는 밀고 당기기의 고수"라고 떠들어 대면 웃기지도 않는다. 정말 '밀고 당기기'가 연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행복한 연애를 했을 것이고, 연애 카운슬러도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연애 관련 책들은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주고받기  애인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내가 들어주는 것은 불평등한 관계이며, 수직적인 관계 또는 주종적인 관계가 되는 것이다. 불공평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당당하게 자기 몫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만 받는 입장이라면, 그 상대방은 자기만 원하는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연애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당신도 연애를 하면서 즐길 권리가 있다. 주기의 핵심은 내가 받은 것과 같은 것을 주어야 하며, 내가 받은 것과 다른 것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받기의 핵심 역시 같다. 내가 준 것과 동급인 것을 받는 게 맞다. 

만약 내가 받은 게 없는데도 상대방이 이기적으로 계속 요구한다면 당당하게 말해라. 내가 준 것을 달라고 말이다. 상대방이 연애에 관한 권리를 주지 않는다면 자기 스스로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밀고 당기기와 주고받기는 다르다  밀고 당기기와 주고받기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따라 내가 어떻게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목적은 확실히 다르다. 밀고 당기기는 나의 행복만 있고 상대방의 행복은 없다. 내가 좀 더 유리하게 연애를 하려고, 연애의 주도권을 내 쪽으로 가져오려고 길길이 날뛰는 행동이다. 하지만 주고받기는 나만의 행복만이 아니라 애인의 행복도 추구한다. 나만 받고 애인만 준다면 애인은 나보다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감정은 식는다.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애인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주고받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만 명심하면 충분히 주고받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밀고 당기기 따위가 연애에서 얼마나 하찮은 행위인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