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매장, 팔찌 색깔로 손님 구분해 쇼핑 방해 않기]
연두색은 "도움이 필요해요" 美서 시작된 마케팅 인기… 우리나라도 올봄부터 도입
지난 10일 미국 뉴욕 블루밍데일 백화점. 이곳 1층에 있는 C 화장품 매장에서 점원이 한 여자 손님에게 말을 걸었다. "손님 어떤 걸 찾으세요?" 여자 손님은 조용히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더니 하얀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여줬다. "아, 죄송합니다." 점원은 황급히 사과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 팔찌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저 지금 바빠요!(Time is of the Essence).'
이 매장에선 손님에게 세 가지 색깔의 팔찌를 나눠준다. 흰색을 차면 '바쁘니까 말 걸지 마라'는 뜻이고, 분홍색은 '둘러보다 궁금한게 생기면 물어보겠다(Browsing and happy)'란 뜻이다. 반면 연두색 팔찌를 차면 '도움이 필요하다(I have time. Let's talk)'라는 얘기. 연두색 팔찌를 차고 있으면 상담사가 다가와 제품 상담을 해준다. 이 회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진저 티옹(Tiong)은 "고객 조사를 해보니 바쁠 때 점원이 자꾸 말을 걸어서 쇼핑을 포기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정작 필요할 때 상담을 해주지 않아 답답했다는 고객도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팔찌를 마련했다"고 했다.
흰색 팔찌를 찬 고객이 알아서 쇼핑할 수 있도록 매장 디자인도 바꿨다.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가장 궁금해하는 게 보통 가격이다. 벽마다 들어찬 '메이크업 바'엔 가격을 붙여놓은 제품이 채워져 있다. 직접 발라보고 칠해보고 맘에 들면 그 중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가면 그만이다. C사 측은 "매장 리노베이션 이후 매출이 곱절 이상으로 뛰었다"고 했다.
역시 화장품업체 K사의 경우는 바구니가 팔찌 역할을 한다. 매장에 비치된 바구니를 들고 서 있는 고객에겐 점원이 굳이 말을 걸지 않는다. '알아서 혼자 좀 둘러보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록펠러 센터 옆에 있는 한 패션 매장에선 점원에게 부탁하니 '위시리스트(Wish list)'를 가져다줬다. 매장에 있는 상품 목록과 가격이 죽 적혀 있다. 이걸 들고 혼자 쇼핑하다 맘에 드는 물건을 위에 표시해서 주면 바로 계산대로 제품을 포장해 갖다준다. 매장에서 만난 손님 알리시아 게일(Gale)씨는 "시간낭비 없이 필요한 물건만 빨리 사고 나갈 수 있어서 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