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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의 외도, 어떻게 대처할까

후암동남산 2012. 2. 26. 16:19

외도, 어떻게 대처할까 '비' 온 뒤에 '땅'이 굳을 수도

“남편의 바람기를 더 이상 참고 살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걱정되긴 하지만 이혼을 생각하고 있어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밤늦게 다니는 것은 예사이고 이제는 외박도 합니다. 아이들도 돌보지 않고요. 분명히 밖에 누가 생긴 것이 아니면 뭐겠어요?”

부부상담을 하는 필자는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부를 많이 만나게 된다. 예전엔 주로 남편의 외도를 못 참는 아내가 대부분 상담을 요청해 왔지만 요즘은 아내의 외도로 고민하는 남편의 상담도 적지 않다.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공연한 외도이며 그 다음이 불임, 학대다. 무엇보다 참기 어렵고 잊기 어려워 이혼에 이르게 하는 것이 바로 배우자의 외도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해서 얼마 전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예전보다 쉽게 이혼을 생각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래도 여자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짐으로써 독립의 문제가 예전보다 쉬워졌고, 여자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져 부당한 대우에 민감해졌고, 또 예전에는 강력한 울타리가 돼주던 어른들이나 친지들의 이혼에 대한 만류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예전엔 남편의 외도는 ‘남자가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며 남편의 마음이 되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결혼생활의 절반 이상을 참고 사는 아내가 많았지만 지금은 한 번의 외도도 이혼 사유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자신의 외도로 이혼을 결심하는 아내도 적지 않다.

스탕달은 ‘사랑은 우리의 의지와는 별개로 불쑥 찾아 왔다가 어느샌가 사라져 버리는 열병과 같다’고 말한 바 있지만 그 사람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잠을 못 이루고, 아주 사소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열병에 빠져 사랑하고 헤어지기 싫어 결혼해 함께 살아온 부부가 새로운 사람에 빠지고 그와 사랑과 섹스의 관계를 맺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람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를 (1) 자신의 욕구를 결혼 밖에서 충족시킴으로써 안정된 결혼생활을 도모하기 위해 (2) 배우자와 헤어질 구실을 만들기 위해 (3) 관심을 끌기 위해 (4)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 (5) 매력적이거나 이해 받는다는 느낌을 얻고 싶어서 (6) 대화를 나누거나 친밀한 사람을 필요로 해서 (7) 단순히 섹스를 좋아해서 (8) 완전한 사랑을 찾기 위해 (9) 자신이 아직 젊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10) 배우자에 대한 복수로 (11) 극적인 상황, 흥분감, 스릴을 즐기 위해서라고 그의 책에서 말하고 있다. 또 한 심리학자는 바람을 자주 피우는 일부 남성 중에는 심리상태가 ‘유아단계’에 고착돼 있어 한 배우자에게 충실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기의 외도남' 타이거 우즈는 결국 부인과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

또 외도는 남녀의 호르몬과도 상관이 있어서 남자가 젊었을 때는 호기심으로 외도를 하지만 나이 들면 자신의 인생과 상처를 이해해주는, 말이 통하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호기심으로, 감각으로 관계를 맺는 젊은 시절의 바람은 정리하기가 쉽지만 나이가 들면 위로와 지지를 해주는 애착 관계를 맺기 때문에 더욱 헤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늦바람이 더욱 무섭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여자가 외도하면 이혼 결심 더 많아

여자의 외도는 일반화해서는 안되겠지만(여자 중에도 섹스의 감각 때문에 외도하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에) 남자보다는 심리적, 정서적인 이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여자에게 바람은 ‘새로운 사랑의 시작’인 경우가 많아 자식도 가정도 포기할 정도로 빠져든다.

특히 여자는 남편과의 오랜 정서적인 허기를 느껴온 단계에서 새로운 사랑, 외도에 빠져들기 때문에 그를 잃는다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처럼 생각돼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와의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쩌면 기혼남보다 기혼녀가 외도를 하게 되면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남자와 여자는 외도를 대하는 태도도 다른데, 남자는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가 여부보다 섹스를 했는가에 더욱 분노하는 반면, 여자는 자신의 배우자가 상대를 사랑하는가에 더 민감하고 절망적인 태도를 보인다. 남자가 여자보다 성적 소유권에 더욱 민감하다는 연구 결과는 너무나 많다.

외도에는 여러 가지 사회학적, 심리학적 요인들이 연관돼 있는데, 여자의 직업 유무, 교육수준, 태어난 시대, 교회 참석 빈도, 경제적 독립성 정도, 혼외정사 경험, 부모님의 가치관과 직업, 배우자의 만성질환, 아내의 불감증, 배우자의 끊임없는 잦은 출장 등이 그것이다. 즉 여자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경제적 독립도가 높을수록 외도에 빠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혼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외도를 자주 하는 이들의 경우는 어린 시절의 환경(부모가 문란한 생활을 했다거나, 특히 어머니의 보살핌을 못 받고 자란 아들의 경우, 또 부모가 폭력적이었다거나, 혼자 외로운 시간을 많이 가졌다거나 하는)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외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아니 극복할 수는 있는 것일까?

외국의 부부상담자들은 외도에 빠진 것을 배우자가 알았을 경우 모든 것을 다 고백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배우자가 원하는 만큼 의문을 풀어주고 신뢰를 얻을 때까지 노력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사실 배우자의 외도 사실은 들으면 들을수록 내게도 상처가 될 뿐이다. 물론 외도를 했던 배우자는 용서를 빌고, 상대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노력해야 하지만,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더 캐묻는 것은 상처를 벌리는 일이지 아물게 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또 누군가는 비싼 옷이나 해외여행 등으로 보상을 하거나 받으라고도 조언한다. 실제 비싼 모피코트를 받으면 좀 마음이 나아진다고도 하고, 가장 좋은 상쇄방법은 맞바람을 피우는 것이라 하지만 그야말로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한 번의 외도로 가정을 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국의 어느 나라는 결혼식을 마치고 신랑신부가 손을 맞잡고 빗자루를 뛰어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는 결혼에는 반드시 위기가 있을 것이기에 위기가 있어도 둘이 손잡고 위기를 극복하라는 가르침이라고 한다. 외도 또한 더욱 견실한 가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위기라 생각한다면, 그리고 배우자를 여전히 사랑하고 그가 그럼에도 좋은 사람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 둘이 굳게 손을 잡고 현명하게 그 위기를 뛰어넘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상처가 아물면 좀더 현명해지고, 부러진 뼈도 잘 붙기만 한다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