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함께하는 이야기

프로갬블러 이태혁의 직관을 이기는 인내1.

후암동남산 2012. 4. 7. 09:41


학자들은 추리나 관찰, 이성으로는 얻지 못하는 인식을 얻게 하는 힘을 직관이라고 말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상을 세세하게 분리하여 정보를 취하는 방법과는 달리 인간의 어떤 능력에 의해 상대를 단번에 알아내는 신비한 능력 말이다. 우리가 생활 속에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 속에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면 이 직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 할 수 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왠지 그런 것 같았어!” 라고 말하며 스스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직관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기초기술은 아닐 것이다. 또한 그 능력치도 개인차가 커서 어떤 사람들은 주변사람들로부터 ‘저 놈 귀신 이야! 귀신!’ 이라는 감탄사를 듣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직관이라는 단어자체를 체감하지 못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분명한건 수많은 경험을 통해 테이터를 얻고 또 그 데이터를 정립한 후 그 위에 자신만의 사상이나 철학을 입히는 과정을 통해 직관력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나는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게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들은 나의 블러핑(거짓말)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잡아내며 내가 구상한 전략이나 fake 동작, 심지어 게임의 스토리 까지도 꾀뚤어 보고 있다. 더 대단한 것은 평범한 우리들처럼 눈에 힘을 잔뜩 주어 많은 집중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도 않고 눈동자가 흔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직관이 뛰어난 사람의 특징은 개인전에 뛰어나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능력을 이용해 1명의 상대를 비교적 손 쉽게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뛰어난 직관은 대상이 분산되면 위력이 약해진다. 즉 다수와 다수 간에 단체전에선 위력이 잘 발휘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승부의 상황에서 상대하는 일은 세상 그 누구에게도 아주 어려운 일이다. 특히 심리적 부담감은 마치 큰 산이 앞에 서있는 것처럼 대단하다. 그리고 그 직관을 이겨내거나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꽤 오랜, 아니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보내고 서야 뛰어난 상대의 직관을 막아내는 방법을 약간이나마 찾을 수 있게 됐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인내,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