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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공포’ 세계 금융시장 강타… 코스피 1800선 무너져

후암동남산 2012. 5. 19. 06:23

 

무디스, 스페인 은행들 무더기 신용 강등 파장
EU,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대비한 긴급책 마련

 

그리스, 스페인 은행들의 예금 대량인출 사태(뱅크런) 조짐과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스페인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여파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18일 세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65.28포인트(2.99%) 추락한 8611.31에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최근 4개월간 최저이며, 하락폭은 올해 들어 가장 컸다. 토픽스(TOPIX)지수도 21.62포인트(2.89%) 떨어진 725.54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에 비해 34.37포인트(1.44%) 하락한 2344.52로, 선전성분지수는 176.38포인트(1.75%) 급락한 9903.09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중국 증시는 장 개시부터 마감까지 약세를 면하지 못했으며 선전지수는 전날 회복한 10000선을 다시 내줬다.

긴박한 딜러룸

코스피지수 1800선이 무너진 18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굳은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이날 코스피지수는 다섯달 만에 1800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4.66%), 현대차(-4.78%)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줄줄이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62.78포인트(3.40%) 떨어진 1782.46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800을 밑돈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90원 오른 1172.80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를 돌파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앞서 17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스페인 최대 시중은행인 산탄데르를 비롯한 16개 은행과 영국 내 자회사 1곳의 신용등급을 1~3단계씩 낮췄다. 산탄데르와 2위 은행인 BBVA는 3단계 떨어진 A3로 평가됐다. 무디스는 경기침체와 부동산 위기, 지속적으로 높은 실업률, 정부의 신뢰도 하락이 이번 신용등급 강등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한 단계 낮췄다. CCC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가 아닌 국가신용등급으로는 가장 낮은 등급이다. 피치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그리스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새 정부 구성에 실패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정당들은 지난 6일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으며, 다음달 17일 2차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에 대비한 긴급 대책들을 이미 마련해놓은 상태라고 18일 밝혔다.

카럴 더 휘흐트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벨기에 일간지 드스탄다르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이탈에 대비한 긴급 시나리오가 작동될 수 있는 체제를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연합 집행위가 갖추고 있어 (다른 나라로 위기가 번지는) 도미노 효과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에 "지금은 많은 문제가 있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나 유로존을 이탈하면 누구도 단돈 1센트도 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18~19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유로존 재정위기의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유럽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들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