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주식이야기

[유로존 풍전등화] 외국인 썰물에 맥못추는 한국 증시… 세계 최대 낙폭 왜

후암동남산 2012. 5. 19. 06:18

한국 금융시장이 그리스 악재에 속절없이 흔들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우리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강하다"고 강변하지만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국내 증시의 낙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의 타격을 넘어 안정세를 보였던 수출, 물가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코스피 낙폭 세계 최대=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국제금융 콘퍼런스에서 "그리스 사태로 인한 여러 가지 금융시장 대응책을 마련해놨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으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철저한 대비를 신뢰해 달라는 주문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김 위원장의 바람과 정반대로 갔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3.40%나 급락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낙폭이 훨씬 컸다. 이날 주요 증시 중 3%대로 떨어진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2.99% 하락해 그나마 우리와 격차가 적었을 뿐 중국 상하이 지수(-1.44%), 싱가포르 지수(-1.23%)보다는 낙폭이 두배 이상 된다.

사태의 진앙지인 유럽 주요 지수도 전날 1.2% 안팎 떨어졌을 뿐이다. 정작 불은 유럽에서 붙었지만 이역만리인 한국이 더 큰 피해를 입은 격이 됐다.

문제는 외부 위기시 과다 낙폭이 매번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럽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에도 국내 증시의 요동은 다른 글로벌 증시를 압도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11조원가량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3조원 이상 단숨에 팔아치웠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우리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데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 증시의 급등락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경쟁력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 실장은 "우리가 실물경제 분야에서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면에서는 선진국 인정을 못 받고 있어 외국인이 우리 자본을 위험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고 주장했다.

◇투자심리 당분간 냉각될 듯, 물가에도 악영향 우려=그리스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은 그리스만의 문제로 국한되기 어렵게 됐다. 무디스 등 세계신용평가기관들이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 은행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나서면서 뱅크런 도미노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럽 쪽에서 대책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외부악재에 민감한 국내 금융시장의 특성상 주식과 원화가치의 하락세는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수출시장의 타격뿐만 아니라 올 들어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환율이 오를 경우 원자재 등 수입품 가격이 뛰어 국내 비용상승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