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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기술 10선]②보안로봇 산업, 성장잠재력 무궁무진

후암동남산 2013. 8. 11. 09:24

입력 : 2013.08.10 06:00

컨벡스의 군사 보안로봇 CTH40(좌)와 VAC2/컨벡스 제공
컨벡스의 군사 보안로봇 CTH40(좌)와 VAC2/컨벡스 제공

로봇이 남파간첩 침투를 막는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국내 업체 기술로 현실이 됐다. 경기도는 작년에 김포와 고양 사이 한강 하구 20여㎞에 설치된 군 철책선을 없앴다. 철책선이 사라진 곳에는 정지형 보안로봇 40여 대가 분산 배치됐다. 국내 보안업체 컨벡스(Convex)가 2010년 초 개발 완료해 배치한 정지형 보안로봇 ‘CNP220’이다. 이 보안로봇 한 대가 반경 1.5㎞를 감시할 수 있다. 감시지역 내 사람이나 물체를 인식해 침입자라고 판단되면 관제탑 상주자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정지형 보안로봇 제조업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지형 보안로봇은 로봇 제어기술, 고정밀 설계기술, 영상감시 기술, 인공지능, 네트워크 등 첨단 기술이 융합한 제품이다. 국내 업체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유명호 컨벡스 대표는 “국내 업체는 통합관제 소프트웨어와 로봇 제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는 이미 아랍에미리트, 알제리 등에 정지형 보안로봇을 수출하고 있다.

◆ 갓길 주행 단속에서 폭발물 감지까지…인식능력과 판단력 갖춰

국내 보안로봇은 영화 속 로봇처럼 움직이지는 못한다. 좌우상하 회전은 가능하다. 주·야간 카메라에 찍힌 영상에서 침입자를 인식하고 침입 정보를 보내는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다. 감시지역이 어딘지 인지할 수 있는 ‘자기위치인식’ 기능도 필수다. 아직까지는 정지형이 이동형보다 낫다고 평가받는다. 정지형은 전원에 연결돼 있어 배터리가 필요없다. 이동형은 계단이나 장애물을 넘기 힘들다. 로봇 제작비용도 정지형이 이동형보다 훨씬 적게 든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된 도담시스템스의 수퍼이지스2 /도담시스템스 제공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된 도담시스템스의 수퍼이지스2 /도담시스템스 제공

전 세계 보완업체 3000여개 중 보안로봇을 개발·상용화할 수 있는 업체는 10개 이하다. 미국 텔코(Telco)와 플리어(Flir), 이탈리아 비디오텍(VideoTec) 등이 대표 기업이다. 국내 업체로는 컨벡스와 도담시스템스(Dodaam Systems) 등이 눈에 띈다.

도담시스템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SW) 인재들이 2006년 8월 설립한 지능형 경계로봇 개발업체다. 연매출 30억원을 넘지 않는 중소기업이다. 대표 제품은 ‘이지스1(aGis1)’이다. 이 로봇은 소총 등 무기를 장착해 경계감시가 가능하다. 이 제품은 2006년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돼 현지 군사기지에 설치됐다. 수출액은 70억 원이었다. 미국 업체를 제치고 따낸 쾌거였다.

이 회사는 2008년과 2010년에도 ‘슈퍼이지스2(Super aEgis2)’ 제품을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했다. 대 아랍에미리트 수출로만 180억원을 벌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영흥 화력발전소에 지능형 경계로봇을 설치했다.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박성호 도담시스템스 부사장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요트경기장에도 지능형 경계로봇 아르고스2(Argos2)와 워쳐(Watcher)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요트 경기장에 설치 될 도담시스템스의 보안로봇 워쳐(좌)와 아르고스2 /도담시스템스 제공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요트 경기장에 설치 될 도담시스템스의 보안로봇 워쳐(좌)와 아르고스2 /도담시스템스 제공

컨벡스는 순수 국산 기술만으로 융합형 보안로봇을 만들고자 한다. 로봇 제어, 고정밀 설계, 영상감시, 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 컨벡스 제품은 반경 3km 내 침입자를 감지한다. 컨벡스는 지난해 최전방에 보안로봇을 설치하는 사업 등으로 매출 110억원을 올렸다. 올해에는 알제리 등지로 수출물량이 늘어 매출 600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안로봇의 쓰임새는 단순 경계·감시에서 그치지 않는다. 갓길 내지 버스전용차로 주행차량을 탐지한다. 불법 유턴 차량도 적발할 수 있다. 대 테러 감시에도 투입된다. 보안로봇은 공항, 항만, 역 등 국가 기간 시설 주변를 배회하는 수상한 인물을 추적할 수 있다. 직원 얼굴을 미리 입력하면 시설 근무자와 낯선 이를 구분하고 낯선 이의 움직임을 쫓는다. 폭발물이 담겼다고 의심되는 가방 등 위험물을 인지·판단하고 경보를 울리기도 한다. 화재 발생시 경고도 보안센터에 보낼 수 있다.

보안로봇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업체 관계자는 “보안로봇은 사람, 개, 차량, 새를 구분할만큼 발전했다. 포복 자세도 12가지로 구분해 포복해 침입하는 사람까지 모두 잡아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소형 무인헬리콥터에 카메라를 탑재해 범죄 현장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경비로봇까지 등장했다. 보안로봇을 차량, 무인 비행체, 소형 잠수정 등에 장착해 감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물 속에 들어가 원유수송선에서 기름 새는 곳을 확인할 수도 있다.

◆ 보안 시장 해마다 15%씩 성장…시장 경쟁력 위해 ‘융합형’ 보안로봇 제시해야

보안산업은 해마다 15%씩 성장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엠에스리서치(IMS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보안산업은 작년 250억달러에서 2015년 336억달러, 2020년 588억달러까지 커진다. 이 시장조사기관은 보안로봇 같은 지능형 시스템 장비 시장도 2012년 92억달러에서 2015년 127억달러, 2020년 253억달러로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김성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로봇제어연구실장은 “보안로봇은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수요처가 폭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안시장은 폐쇄회로TV(CCTV) 등 영상감시, 지문인식 등 출입통제, 엑스레이(X-Ray) 등 3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은 엑스레이 분야, 유럽은 출입통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영역을 구축했다. 영상감시 분야에선 한국과 일본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보안산업 전문가는 일본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융합형 보안로봇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명호 대표는 “영상감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영상감시와 로봇 기술을 융합한 정지형 보안로봇 기술이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