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군용선에 강점… 해외서 문의 빗발
파괴적 혁신기술(Distruptive Technology)은 경제의 비약적 성장을 야기한다. 새 산업을 만들어내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증기기관, 자동차, 반도체, 인터넷, 모바일 기술 등이 대표 사례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증에 걸려 있다.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을 이끌 파괴적 혁신기술이 나와야 한다. 조선비즈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5년 안에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킬 ‘미래창조기술 10선’을 선정했다. 국내 업체나 연구기관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10개 기술 영역에서 국내 업체의 기술 수준, 경쟁우위 요소, 제품개발력을 소개하고 5년 안에 한국 경제 성장에 미칠 파장을 가늠해봤다. [편집자주]
- ▲ 오는 2017년 상용화 예정으로 개발중인 위그선 'Aron M300' /아론 제공
①'하늘 나는 배' 위그선 상용화 임박... 국내업체 기술수준 '세계
최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76년 8월 어느날 새벽 4시 국립정찰국(NRO)으로부터 첩보 한 건을
입수한다. NRO는 첩보위성을 제작·운용하고 수집한 위성 사진, 전화 감청 등 정보를 CIA와 국가안보국(NSA)에 제공하는 비밀 기관이다.
NRO는 당시 중앙아시아 카스피해에서 시속 550km로 물 위를 나는 괴물체를 탐지했다. 미국 첩보 기관은 이를 '바다괴물(Sea
Monster)'이라고 불렀다. 이 괴물의 정체는 옛 소련이 개발한 첨단 선박이었다. 위그선(Wing In Ground effect ship),
즉 '하늘을 나는 배'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이다.
위그선은 선박과 항공기의 결합체인 초고속 해상 운송수단이다.
조선·기계·전자·통신·소재 분야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첨단 제품이기도 하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위그선은 산업연관효과가
크다"며 "위그선 개발은 한국 조선업이 미래 조선 산업을 주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은 한국이 미국·러시아·독일 등
경쟁국보다 먼저 위그선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으면 위그선 건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연구진은 국내 위그선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한국형 위그선은 고도 제한 없이 날 수 있다. 파고와
상관없이 비행할 수도 있다. 러시아 위그선은 해수면 5m 이상을 날 수 없다. 기상이 갑자기 나빠져 파도가 높아지면 바다에 이착륙이
불가능해진다. 한국형 위그선은 군사작전, 조난어선 구조 등 임무 수행능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 ▲ 아론이 제작한 위그선이 지난해 열린 시연회에서 수면 위로 떠올라 비행하고 있다. /아론 제공
◆ 빠르고 수송효율 높은 차세대 운송수단
위그선 제작 기술은
1993년 러시아와 기술교류를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기계연구원이 1996년 국내 조선 4사(社)와 공동으로 시제품 '갈매기 1호'를 개발했다.
6년 뒤 한국해양연구원과 벤처업체 인피니티(대표 이재국)가 손 잡고 최대출력 100마력(hp)의 4인승 위그선을 만들어 시운전에 성공했다.
지금은 아론(대표 조현욱)과 윙십테크놀로지(대표 강창구) 2개 회사가 위그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통 선박은 느리고
항공기는 운송효율이 떨어진다. 이와 달리 위그선은 빠르고 수송효율이 높다. 위그선이 세계 운송·물류 체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정성도 높다. 위그선의 활주로는 물이다. 수심 50cm 이상이면 물에서 오르내릴 수 있다. 비행 중 비상 상황 발생시 언제든지 착수할
수있다. 일시적으로 비행 고도를 높여 해상 장애물을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악천후가 닥쳐도 안전한 곳으로 신속히 대피할 수 있다.
위그선은 연비도 높다. 해운업체에게는 큰 매력이다. 휘발유 200ℓ로 800㎞를 운항한다. 연료소모량이 동급 선박과 항공기의 각각
30%와 50%에 불과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위그선을 저탄소 배출 '에너지 절감형 교통수단'으로 지정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위그선은 운항 시 상하 운동과 좌우 흔들림이 적어 승객과 승무원의 멀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창선
아론위그선 프로젝트 연구원은 "장거리 항해 능력만 보완하면 위그선은 차세대 운송수단으로서 제격이다"라고 밝혔다.
-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물류연구본부가 분석한 '위그선의 개발 및 사업화 방안 로드맵(안)' /정리=송병우 기자
◆ 토종 위그선의 양날개, 윙쉽테크놀로지 vs 아론
국내 위그선
기술은 상용화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윙쉽테크놀로지는 중·대형 여객선, 대형 화물선, 중·대형 군선 등 다양한 종류의 위그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여객 위근선은 올해까지 시험운항을 마치고 내년 하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화물과 군용 위그선도 최적화 및 상세설계 단계를 마쳤다.
내후년까지 건조와 시험운항을 마무리 짓고 2015년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윙쉽테크놀로지는 2011년 12월 50인승 중형
위그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수면에서 위로 뜨는 이수시험에 성공했다. 강창구 대표는 "이수에 성공하고 안정적 비행 자세를 유지해 조만간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고치가 나비로 변태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윙쉽테크놀로지는 이제 상용화 최종 수순인 공식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2월 윙쉽테크놀로지대기업과 지원 협약을 맺었다. 협력 분야는 ▲위그선 공동 마케팅
▲해양플랜트용 위그선 계류 시설 공동 개발 ▲200인승 위그선 개발 및 공동 생산 ▲군용위그선 개발 등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
윙쉽테크놀러지 설립 초기부터 도움을 줬다. 5년 간 3회에 걸쳐 70억원 넘게 출자해 50인승 위그선 개발에 기여했다. 윙쉽의 위그선은 수면 위
약 1.5미터를 떠가는 A타입(수면 5m 이하 비행) 제품이다.
함동석 윙쉽테크놀로지 감사는 "제품 특성상 기술 보안이
중요하고 개발이 조금만 늦어져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 쉬운 사업"이라며 "윙쉽테크놀로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위그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내년부터 진척 상황을 활발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반면 아론은 B타입(5m 이상 고공비행) 제품을 만든다. 아론의
위그선은 5인승으로 물 위 150m를 날 수 있다. 아론은 2008년 '아론 1호'를 제작했다. 2009년 6월에는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담의 해상 경호에 2호 제품을 투입했다. 2011년 7월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저고도 탐지 및 추적시험'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삼성탈레스와 협력 관계를 맺었고 미국 패트리오트 3사와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최진영 아론 비행선박산업 과장은 "내·외항을 가리지
않고 운항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중이다. 안전성 강화 연구 탓에 개발 속도가 더디긴하지만 해외 바이어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론은 미국 방산업체와 5인승 위그선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필리핀 해군과 해경에도 성능 평가용 제품을 공급중이다. 최근 삼성탈레스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위그선 '아론7' 2대를 수출했다. 추가분 20대 구매도 타진 중이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 관료들을 상대로 최고시속
220km로 나는 아론7의 성능을 선보였다. 아론의 한 연구위원은 "수면 위 2~150m 장애물을 피해 자유비행하고, 파고 5m·초속 30m
강풍의 악조건에서도 이착수하는 아론7에서 바이어들이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 ▲ 윙쉽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위그선 'WSH-500' /윙쉽테크놀로지 제공
◆ 위그선 산업, 1조원 생산유발·4000억원 부가가치 창출
위그선은
항공기 엔진과 부품을 탑재하다보니 비싸다. 50인승 여객위그선은 60억원, 100톤 화물위그선은 300억원이나 된다. 해운업체가 위그선 매입에
주저하는 이유다. 대신 운영비는 적다. 화물위그선의 연료소비량이 기존 선박의 30~40%에 불과하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다보니 환경세 부담도
대폭 줄어든다.
해양수산부는 위그선 제조산업이 연 평균 1조원 이상 생산을 유발하고 4000여억원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위그선은 중장거리 운송 수요가 많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내 도서 지역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며
"위그선이 수년 내로 상용화하면 화물 운송 분야에서 속도혁명을 일으키고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허브(Hub)로 성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 대한민국 해병을 위해 제작된 위그선 'M300' /아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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