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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상사를 다루는 전법은 너무 단순하다

후암동남산 2014. 2. 26. 11:35

결론부터 말하면, 여자 상사에 대한 전법은 너무 단순하다. 바로 매너를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남녀 불문이다. 일을 똑바로 한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업무 과정이 '메인 디시'라면, 적절히 감성적인 제스처를 '토핑'할 때 승패가 갈린다. "상사 스타일을 잘 모르겠으면,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날 '어디 아프세요?'라고 먼저 물어보세요. 같은 말도 남자가 하면 반응이 달라요."

30대 중반의 마케터 A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그의 상사는 40대 여자다. "이성이잖아요. 같은 말을 해도 남자가 하면 좀 더 보호해주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거죠. 게다가 같은 여자끼린 잘 안 하는 것 같던데요." 그의 첫 직장은 비교적 여자가 많은 디자인 컨설팅 회사였다. 그는 이직할 때마다 조직 인화 부문의 평가가 좋았다. 그는 수완이 좋은 여우 같은 남자가 아닌, 일 잘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평가됐다.

"사람에 대한 느낌은 그냥 본능적인 거예요. 상사가 여자일 땐 상대가 남자라서 각별하게 느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게 확실히 유리해요. 점심 먹으러 갈 때 차로 쪽에 선다거나, 큰 우산을 받쳐드린다거나." 매너에 가까운 행동일 뿐이지만 보통의 한국 남자들은 간과하는 디테일이다. 중요한 건 수위 조절이다. "상사가 미혼일 경우 기혼에 비해 위험해요. 오해하지 않게 조심해야죠." 기업 인사 담당 B의 말은 그랬다.

이제는 외국계 회사가 아니더라도 홍보나 마케팅 부서에는 여자 팀장이 확실히 많다. 그런 곳에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종종 생긴다. 매너를 타고난 남자가 야근이나 회식 때마다 여자 상사를 '모셔다 드린 것'을 이성적인 접근으로 착각하고 고백했다가 망신을 당했다거나, 다른 여자에게 '아첨'하다 '질투(?)'에 가까운 질책을 받는 경우가 있다.

"최근 능력 있는 중간 관리자 중에 여자가 많지 않은 부서로 보내달라는 분이 있었어요. 진로를 고민하다가 여자 상사에게 집 근처 카페에서의 미팅을 청했대요. 예민한 사안인 데다 일하는 공간이 공개돼 있어서 회사 내 미팅이 힘들다고 생각한 건데, 데이트 신청이라고 오해받은 거죠." 그는 평소에 여자 직원에게는 칭찬을 하는 것도 어려워했다. 골고루(?) 칭찬하지 않으면 다른 여자가 질투하니까. "이건 남녀 공통의 문제죠. 어느 팀장과 사이가 유난히 좋다거나 함께 자주 외근을 다닌다는 식의 말을 듣지 않도록 해야해요."

관계심리학까지 파고들지 않더라도 가족 사이에도 분명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크건 작건 하나의 팀에서 팀장은 아빠 역할을 하고, 과장은 엄마가 되어 여기저기서 터지는 불평을 들어주며 아빠가 신경 쓰지 못하는 대소사를 챙긴다. 이럴 때 눈치 없이 자기 편한 일만 하는 사돈댁 고모 같은 차장이 하나 더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에게조차 살가운 남자 후배의 전법은 필요하다.





대한민국 평균남이라 자처하는 남자, 서른 살 회사원 C는 같은 팀 여자 차장과 잘 지내지 못한다. 사실 잘 지내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그 아줌마는 성과도 좋지 않고 배울 것도 없어요. 내 할 일만 똑바로 하면 되지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인사도 잘하고 깍듯해요. 지각 한 번 없고 근태도 좋아요. 남자들 사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고요." 하지만 그는 기대와 다른 인사 고과를 받았다. 숫자로 증명되는 실적은 넘쳤으니, 상사 및 동료 평가 부문이 좋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단순히 여자 차장 한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평가를 망쳤을까? 아니, 그건 동료 모두의 여론이다. 설사 그 대상의 별명이 '월급 도둑'이라도 조직이 그를 보는 평가는 냉정하다. "중간 관리자의 지시 사항에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고 팀워크에 어려움이 있음"이라고 쓸 수 있다. 평가당하는 그는 내가 아닌 남이니까.

아마 C에겐 중기계 분야 임원 D의 말이 사무칠 것이다. D는 20여 년간의 업계 경력 동안 대부분 한두 명 내외의 여자만이 일하는 '남탕' 부서에서만 일해왔다. "좋은 남자 부하라. 글쎄 그런 걸 딱히 의식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처럼 'FM'으로 일하는 여자한테는 이성적인 접근법이 안 먹혀요. 뭔가를 보여줬을 때 판단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으나(웃음), 요즘 일 잘하는 남자는 다른 동료에 대한 배려나 매너를 세트로 갖추고 있거든요." 다만 리더로서 주시하는 남자는 있다.

"'남자 대우' 받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은근 있어요. 그렇게 자란 탓이에요. 나이 어린 여자 선배는 속으로 무시 하고 동기한테는 '오빠'를 자처하면서 자잘한 일을 미루는 사람들이죠. 뼛속까지 뿌리박힌 거라 본인은 인지를 못 해요. 그냥 여자들이 자기랑 안 맞다고 여기는 경우가 흔해요. 안타깝죠." 그들과 경쟁하는 여자는 독립적으로 행동하길 주입받고 자란다. 게다가 뜻밖의 변수가 있다. "지난해 경력 입사자 중 남자 한둘이 팀 작업에서 계속 겉돌고 있는 게 눈에 보였어요." 이유가 다소 황당했다. "여자 동료들 말이 그는 늘 트림을 하고 땀 냄새가 난다더군요. 그걸 뭐라 할 수는 없었어요. 남자가 많다고 생리 현상에 둔감한 것은 저도 참 싫었거든요. 저는 내색하지 못하던 세대죠. 에티켓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보일 텐데."

지금껏 남자들은 여자들을 대하는 방식을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만 해도 2009년 이후 이미 여자가 산업 인력의 40%를 넘었다. 헤드헌팅 회사 브레인피플의 류영미 대표는 중역이 되고 싶으면 지금 여자 상사와 동료와의 관계를 잘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임원들 중에 여자들이 강했던 시대를 산 사람은 별로 없죠. 하지만 점차 여자 조직이 늘어나고 소비재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마케팅이 감성적으로 다뤄지고 있어요. 이런 현상은 일종의 문화로 만들어져가고 거기에 남자들은 끌려 들어갑니다. 이 부분을 잘 파악하고 이끌면 중역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기업에선 인사 안배 시 남녀 비율을 정한다. 남고보다 남녀 공학에서 폭력 발생 비율이 낮은 것과 비슷한 이유다. "서로 일로 긴장감을 주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조직 개발에 도움이 되거든요. 이런 부분을 간파하는 남자가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거죠." 반면 여자 중역들은 중성적인 매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큰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 같은 여자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들은 필요하다면 연약한 여성성을 보이며 협조를 구합니다. 남자의 자존심이 변하지 않듯이, 여자도 늘 관심받고 돋보이길 바랍니다. 여자 상사를 모시면서 성공하려면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여자다운 매력을 적절히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