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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가 무엇인지

후암동남산 2016. 3. 8. 05:13

교육부의 6대 교육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다.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Part 1 한눈에 쏙 들어오는 자유학기제 핵심 정리

◈ 1학년 1·2학기, 2학년 1학기 중 한 학기 결정

◈ 교과 수업의 혁신&자유학기 활동(진로 탐색·주제 선택·예술체육·동아리 활동)

◈ 자유학기 활동 170시간 이상 편성

◈ 지필식 총괄평가(일제고사) 미실시

◈ 진로 탐색 주간 운영, 진로 체험 실시

2013년 전국 42개 연구학교 운영을 시작해 2014년 711개교, 2015년 2,551개교로 차츰 확대되던 자유학기제가 올해부터는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된다. 1학년 1·2학기, 2학년 1학기 중 학교장과 학교 교원 및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한 학기를 선택하게 된다. 교육부는 현장의 선호도와 여건, 자율성, 체험 자원 분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유학기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굳이 중학교 1~2학년으로 한정한 것은 신체, 정서, 인지, 사회적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시기로 진로 탐색 교육의 적기이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에서 진로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단순히 진로 체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전에는 기존에 했던 국, 영, 수 등 기본 교과 수업을 하고 오후에 자유학기 활동을 한다. 단, 기본 교과 수업을 하지만 예전처럼 암기식이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이 아니다. 학생 참여, 활동형 수업으로 강화되며 협동 학습, 토론 수업 및 실험 실습 등 체험 중심 수업으로 바뀌게 된다. 자유학기 활동은 170시간 이상 편성돼 학생의 수요와 흥미를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자유학기 활동은 크게 진로 탐색 활동, 주제 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나뉘며 학교의 여건과 학생의 관심사에 따라 균형 있게 편성된다.

자유학기제에서 가장 파격적인 것을 꼽자면 단연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간·기말고사와 같은 지필식 일제고사가 사라진다. 또 진로 탐색 주간 동안 학생들이 희망하는 체험처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진로 체험을 학교별로 2회 이상 실시해야 하는 것도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Part 2자유학기제 자세히 들여다보기

생활기록부에 과정 중심의 평가 기재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평가를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학기제에는 교과별 핵심 성취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형성 평가와 자기성찰 평가 등이 시행되지만 교과 성취도를 산출하지 않는다. 또 학생의 성취 수준, 수업 참여도 및 태도, 자유학기 활동 내역 등을 중심으로 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서술식으로 기재된다. 고교 입시에 자유학기의 교과 성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다만 자유학기 활동 중 비교과 영역(출결,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등)은 반영이 가능하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Education Tip

서울 동작중학교의 다양한 자유학기 평가 방법예전에는 인지적 영역을 평가하고 결과를 숫자로 기록했다. 반면 자유학기제는 학생의 정의적 영역까지도 평가하는 것이 특징. 인지적 영역 평가는 교과의 성취 수준을 점검하는 형성 평가, 모둠별로 협력해 산출물을 내는 협력 과제 기반 수행 평가, 활동 결과물을 모아 정리한 것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포트폴리오 평가, 진로 탐색 평가, 체크리스트 평가, 보고서 평가가 있다. 반면 정의적 영역 평가에는 학생 스스로 평가하는 자기성찰 평가, 교사가 학생의 과제 수행 과정을 관찰하는 관찰 평가, 모둠원이 서로를 평가하는 동료 평가가 있다. 또 자유학기에 이수한 과목은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에 성취 수준에 따른 성취 수준의 특성, 교과 흥미도와 적성, 학습 활동 참여도 및 태도, 활동 내역 등이 간략하게 문장으로 입력된다.

학생 참여와 활동 중심의 교실 수업자유학기 동안은 교육과정이 유연하게 운영된다. 교과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한 융합 수업 실시, 실생활 연계 수업, 프로젝트 수업 활성화, 자기 주도 학습 유도 등을 위한 다양한 수업 모형이 개발되고 적용된다. 이렇듯 다양한 수업 모형이 도입되는 것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게 하기 위함이다. 일반 학기의 교육과정과 자유학기의 교육 활동을 연계할 수 있으며 지역의 특색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희망하는 주제를 학습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수업이 가능하다. 서울 동작중의 경우 진로 연계 교과 통합 체험 학습 수업, 교과 간 융합 수업, 프로젝트 수업, 토의토론 수업으로 각 모형에 맞는 수업과 활동을 진행했다. 부산 화명중은 책을 읽고 관련 활동을 하는 교과 연계 독후 활동을, 강원 함태중은 동아리 활동을 일반 학기와 연계했으며, 대구 동변중은 진로 탐색 활동을 중학교 전 학년과 연계했다.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학생 선택 자유학기 활동)자유학기 활동은 4개로 나눈다. 학생들이 체계적인 진로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진로 탐색 활동’, 학생 중심의 인문사회, 탐구, 교양 프로그램인 ‘주제 선택 활동’, 문화와 예술, 체육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예술체육 활동’,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학생 중심의 ‘동아리 활동’이다. 진로 탐색 활동은 교과 통합 진로 교육을 통해 학습과 진로에 대한 동기를 찾을 수 있게 한다. 또 학생의 진로 설계를 돕기 위해 진로 상담과 검사를 실시해 학생들이 희망하는 체험처에서 학교별로 2회 이상 진로 체험 활동을 하도록 한다. 간접 체험을 지원하기 위해 각 사회 분야 전문가들의 초청 강의 및 진로 특강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주제 선택 활동은 중장기에 걸친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며 주기적으로 학생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발굴해 개설에 힘쓸 계획이다. 아울러 예술체육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소질과 잠재력을 끌어내는 교육이 실시된다. ‘1학생, 1문화예술, 1체육 활동’을 목표로 지역 내 예술체육 진로 교육 콘텐츠 개발 및 활동 지원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학생 중심으로 수요를 조사해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을 선정한 뒤 개별 선호에 따라 가입하도록 권유한다. 이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며 방과 후, 토요일 등을 활용해 활동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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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교육부는 지난 1월 6만8,46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도 교육감이 자유학기제 운영을 지정한 ‘연구 학교’,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자유학기제 운영을 신청하고 교육감이 승인한 ‘희망 학교’,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일반 학교’ 재학생들이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연구·희망 학교가 일반 학교에 비해 만족도가 1.9배 높았으며, 교우 관계에 대한 사전·사후 만족도 역시 높았다. 자유학기제 운영 학교 학생들은 진로 탐색 역량, 미래지향적 역량, 자기효능감 영역 등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 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기 주도 학습 역량이 크게 개선됐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총 6개 영역에서 연구·희망 학교 학생들은 일반 학교 학생들에 비해 만족도 변화의 폭이 모두 높았다.

Part 3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긍정적으로 바뀐 학생 사례들

친구를 사귄 학생 AA는 반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부추전을 부치는 수업을 할 때 여느 아이들은 설익히거나 겉을 태우는 등 힘들어했다. 하지만 A는 능숙하게 부추전을 뒤집고 노릇노릇하게 부치는 등 노련한 면모를 보여 주변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날 다른 친구들의 부추전 부치는 것을 A가 도와주면서 말을 트게 됐다. 이후부턴 같이 다니는 또래 무리가 생겼고, 혼자 외롭게 지내던 A는 눈에 띄게 밝아졌다. 학년 말 A는 교사에게 감사하다는 편지를 건넸다.

행복하다고 소리친 학생 B평면 도형을 배운 뒤 함께 나가서 연날리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 사이로 유난히 밝은 미소로 연날리기에 집중하는 B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정서 행동 특성 검사에서 높은 우울감 수치를 보였던, 조금은 의기소침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날 연을 띄우면서 “아! 행복해”라고 소리쳤고, 이 모습을 지켜본 담당 교사의 마음은 뭉클해졌다. 이후 담당 교사는 ‘이런 수업을 계속해도 되겠다’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마음속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학생 C만다라 도안을 색칠하며 원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마치 불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만다라를 색칠했다. 특목고 입학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 상위권 학생인 C였다. 그 아이의 만다라 그림 밑에는 딱 세 문장이 적혀 있었다. ‘오늘 선생님이 내 마음을 표현하는 만다라를 그리라고 했다. 그런데 이 활동을 하다 보니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다. 내 마음속에는 엄마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엄마에 대한 미움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집에서도 이미 수차례 엄마와 트러블을 겪은 상황. 사춘기를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엄마는 이 그림 수업을 통해 아이의 진짜 속마음을 알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노라 다짐했다는 후문.

자신의 재능을 알게 된 학생 D하위권 성적에 조용한 성격이라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D. 도형을 만들고 오리는 수업 중 D의 뛰어난 손재주를 알아본 교사는 수학 담당 조교로 임명했다. D는 수업 시간에 필요한 만들기 숙제를 완벽하게 해내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어느 날 교사가 앞으로의 꿈을 물어보자 아이는 쑥스러워하면서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안 해봤는데요.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자신에게 손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교사는 자유학기제 혜택을 받은 D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Mini Interview

“점수로 부각되지 않은 아이의 숨은 재능을 찾는 시기”
서유정(서울 동작중학교 교사)

동작중학교의 경우 2013년 자유학기제 연구 학교로 선정됐는데요. 당시 새로운 제도 시행을 앞두고 굉장히 막막했을 것 같습니다.

2013년 당시 교사들 역시 몇몇 진로 체험을 하고 시험을 보지 않는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험 하나만 보지 않을 뿐인데 모든 게 달라지는 거예요. 사실 그동안 해왔던 수업은 시험과 평가를 위한 것이었어요. 교사들은 중간·기말고사 때문에 진도 나가기 바빴고, 아이들 역시 수업을 입시 성적을 잘 받기 위한 목적과 수단으로 바라봤고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시험을 안 봐도 된다고 하니 당장 수업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막막했던 게 사실이죠.

자유학기제를 먼저 시범해본 교사들은 ‘교사의 자율권’을 인정해주는 제도라는 말을 하던데요.

2013년에 교육부에서는 강력한 지침보다는 기본 취지를 잘 반영해 운영하자는 의견을 전달해왔어요. 그 덕에 교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요.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어요.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엔 처음부터 수업 방법 개선에 중점을 뒀거든요.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교과 융합형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어요. 점점 수업을 진행할수록 교사와 학생이 바뀌고,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긍정적인 효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다른 제도에 비해 자유학기제가 이만큼 빨리 자리 잡은 데는 교사의 자율권을 확대해준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자유학기제로 아이들의 기초 학력이 떨어질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올 2월에 자유학기 1기 학생들(2013년 당시 1학년)이 졸업했는데, 우연찮게도 예년에 비해 특목고 진학률이 6~7배 정도 높아졌어요. 생활기록부에 그동안의 다양한 활동이 기록돼 있으니 특목고 면접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말도 들었고요. 이 학생들이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진로 의식이 명확하고 자기표현을 잘한다는 거예요. 교과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초 학력 미달 학생들은 확연히 줄고 중상위권 학생들은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예전에 학습 부진아가 30% 정도였다면 지금은 10% 이하로 한 반에 1명꼴로 줄었고요.

어떻게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을까요?

자유학기제에 대해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시험을 안 보니까 평가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자면 일제고사를 안 볼 뿐이지 학생 평가는 하고 있어요. 형성 평가, 과정 평가, 수행 평가 등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봐요. 그렇다 보니 예전처럼 몇 달 동안 공부할 것을 미뤄뒀다가 벼락치기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었어요. 10문제 내외를 풀고 난 뒤 바로 채점하니까 교사가 아이의 틀린 문제에 대한 피드백도 바로 줄 수 있고요. 예를 들어 중간고사를 봤는데 몇몇 아이가 수학 교과에서 70점을 받았다고 쳐요. 어떤 아이는 2단원을 이해 못해서 틀린 경우, 또 어떤 아이는 내용은 다 이해했는데 계산 실수가 잦아서 틀린 경우 등 원인이 다 다른데 성적표에는 그냥 ‘70점’으로 기록됐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바로바로 부족한 부분을 알려줄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기초 학력이 올라가는 거죠.

수학 교과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나요?

2013년에 원과 부채꼴 단원을 수업할 때였어요. 이 단원의 핵심은 ‘중심각의 크기와 부채꼴의 넓이가 비례한다’인데, 일반적인 수업 방식은 내용을 알려주고 연습 문제를 풀며 개념을 확인한 뒤 활용 문제를 푸는 순이거든요. 이는 일상에서 우리가 피자를 나눠 먹을 때 많이 사용하는 개념이에요. 그래서 아이들과 부추전을 부쳐 먹으면서 ‘부추전을 3등분도 해보고 6등분도 해보자’. ‘1/5로 정확히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토대로 수업을 진행했죠. 사실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보다 내용 설명을 많이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럼에도 그날 학습지 뒷면에 나온 문제 10개를 못 푸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이후 학생들은 이 수업을 제일 좋았던 수업으로 꼽았고요. 1시간 내내 40문제를 푸는 것이 나은지, 부추전 먹고 10문제 푸는 것이 나은지는 선택의 문제겠죠.

생활기록부에는 어떻게 기재되나요?

예전에는 인지적인 영역을 위한 평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인지적인 영역 외에 정의적 영역도 평가됩니다. 자유학기제에서는 과목별로 어떤 활동을 할 때 그 학생의 어떤 점이 눈에 띄었는지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또 교사 외에도 친구들의 평가, 자 기 평가까지 모두 기재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를 잘 내는 학생인지, 친구들이 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잘 구현하는 학생인지, 사전에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는지, 공간 감각이 있는지 등등 말이죠.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일지라도 모둠 활동 때 팔짱을 끼고 냉소적인 태도로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친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죠.

지난 3년 동안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느끼셨을 텐데요.

중학교 2학년 무렵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가 두드러지는데요. 아이들이 체험 활동을 하느라 바빠서 싸울 틈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웃음), 학교 폭력 문제가 많이 줄었어요. 아무래도 자율학기 활동을 하다 보면 반 아이들과 많이 친해지고 교사와의 관계도 개선이 돼요. 조 활동을 할 때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정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감성과 인성 교육이 가능하고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특정 아이를 괴롭히거나 때리는 문제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한 시간 수업을 잘한다고 아이들 인생이 얼마나 바뀌겠냐고 반문하는 분도 계실 텐데, 저 역시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는 순간도 있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어요.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걱정과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셨던 것 같아요. ‘우리 애만 공부 안 하면 어떡하지?’, ‘학교에서 공부를 안 가르치고 논다고?’ 이런 의견도 많았고요. 지금은 부모님과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개선된 학생부터 자신의 꿈을 찾아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목적을 찾은 학생들까지 생겼어요. 무엇보다 점수로 부각되지 않은 아이들의 숨은 재능을 알 수 있어서 학부모들도 많이 놀라죠.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시니 교사와 학교에 대해 신뢰가 생긴 듯합니다.

자유학기제를 앞두고 있는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요즘 학원가에서 자유학기제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선행학습을 해서 빨리 진도를 빼야 한다며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거죠. 학부모의 불안감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사교육이니까요. 자유학기제에 공부를 안 해서 우리 아이가 뒤처질 거란 불안감을 버리셨으면 좋겠어요.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아는 직업이 연예인, 교사, 공무원, 판사, 의사 이렇게 다섯 가지밖에 안 돼요. 또 초등 6년 동안 학원을 다니다 보니 박물관이나 체험 활동, 가족 여행 경험도 적더라고요. 한 학기만큼은 아이가 넓은 세상을 보고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께서 격려해주셨으면 해요. 한 학기의 성적이 아이의 인생에서 얼마만큼 중요할까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