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인터넷 공부방

가치수직선

후암동남산 2018. 12. 25. 15:22

7일 목요일에 빈센트 반 고흐 감상 수업을 할 때 불현듯 떠오른 질문. 빈센트 반 고흐처럼 살아 있을 때는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았으나 죽고 난 후 후대에 인정받는 삶과 그 반대의 삶 중 나라면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신호등토론으로 적합한 논제이지만 우리 반 아이들과 새로운 토론인 ‘가치수직선 토론’을 해 보기로 한다. 1교시 체육 전담 보내고 부리나케 수업 준비하기. 논제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었고(지난 시간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배워서 가능) 선택의 단계를 5단계로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전 날 논제에 대한 간단한 생각을 알림장에 적어오라고 했다.

처음부터 ‘아니다’와 ‘전혀 아니다’의 의견으로 많이 쏠렸다. 신호등토론의 노란색에 해당하는 보통단계에 여러 명을 예상했으나 우리 반 친구들은 모두 확고한 생각인가보다. 전혀 없다. 심지어 찬성 측은 ‘그렇다’는 1명도 없고 모두 ‘매우 그렇다.’이다. 내 삶은 ‘아니다’에 가깝지만 의견이 쏠리는 것 같아 ‘매우 그렇다’ 의견에 힘을 싣기로 했다.

다 같이 1차 결정 결과를 본 후 각자의 의견을 적은 알림장을 들고 같은 의견을 가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후 전체발표를 한다. 대화를 통해 한 의견에 대한 다양한 근거를 찾아낼 수 있다. 그 후 반대 의견을 가진 친구 2명을 만나서 근거를 교환한다. 이때 존중하며 말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간혹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으니!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이 가치있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 나의 희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아름다운 작품)을 줄 수 있기 때문’, ‘나의 자식과 자손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의 근거를 들었고, 반대 측은 ‘죽으면 다 소용이 없다.’, ‘우리는 지금 빈센트 반 고흐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행복하기 때문’, ‘내가 살아있을 때 인정받고 싶기 때문’ 등의 근거를 제시했다.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재투표. 찬성 측 아이들이 많아졌고 ‘보통’이 생겨났다. 신호등토론과 마찬가지로 의견이 바뀐 아이들 위주로 의견을 발표하게 한다. 누구의 근거를 듣고 의견을 바꾸게 되었는 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일단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해 원래의 의견을 바꿨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 모두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체 토론으로 진행한 것 같다. 일주일 전인데 기억이 안 나.. 아무튼 최종 투표를 하고 나의 의견 말해주기. 예상대로 반대 측이 우세했다. 선생님은 어느 쪽일지 맞춰 보라는 질문에 ‘커피와 케이크 먹으며 책읽기’가 담임선생님의 행복이라는 것을 아는 몇 아이들은 바로 알아챈다. 센스있는 친구들..

토론을 굳이 앉아서 할 필요는 없으니 이번만큼은 책상을 벽쪽으로 밀고 수업했다. 교실 중앙의 빈 공간을 찬성과 반대 공간으로 나누었고, 의견을 나눌 때는 이동하면서 진행하도록 했다. 알림장에 쓴 내용을 붙임딱지에 옮기라고 하니 ‘누워서 써도 되’냐고 묻는다. 뭐 안 될건 없잖아? 그래.. 너네가 행복하면 된거지..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