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1부터 교육-입시 3大 변화
개정 교육과정 본격 시행
[동아일보]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내년에 고교 1학년이 되면 고교수업과 입시평가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고교과정에 적용되면서 문·이과가 통합되고, 학교 수업 과목과 수업 방식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새 교육과정은 총 93개의 선택과목을 마련해 학생이 소질과 적성에 따라 과목을 직접 고르게 했다. 이에 따라 내신평가 및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교생활 및 입시의 3대 축인 ‘수업, 내신, 수능’이 모두 바뀌면서 우리 교육시스템 전반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문·이과 통합, 신규 과목 등장
2015 새 교육과정은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고등학교의 문과와 이과 구분을 없앴다. 그 대신 모든 학생이 ‘공통과목’이라고 불리는 7개 과목을 배운다. 공통과목을 배운 후에는 ‘선택과목’ 가운데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다. 대학처럼 스스로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야 하므로 중학교 때부터 미리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둬야 효율적인 과목 설계 및 일관성 있는 학생부 작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7개 공통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를 비롯해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이다. 통합사회는 기존의 지리, 일반사회, 윤리, 역사 등 4개 과목의 핵심 내용을 융합한 과목이며 통합과학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핵심 내용을 기반으로 한 과목이다.
이 과목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융합형 주제’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예컨대 통합사회의 단원별 핵심 개념은 ‘행복’ ‘인권’ ‘시장’ ‘정의’ 등으로, 교사의 지식 전달보다는 학생 간 토론 등 다양한 생각의 개진을 유도한다.
공통과목을 배운 뒤에는 선택과목을 고르게 된다. 대체로 1학년 때 공통과목을, 2학년부터는 선택과목을 배울 가능성이 높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특히 △여행지리 △스포츠생활 △음악 감상과 비평 △가정과학 같은, 기존 세대는 구경조차 못 해본 진로 관련 선택과목 옵션이 19개나 새로 생겼다.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체 과목에 대한 안내 자료를 배포한 뒤 수요 신청을 받아 교과를 구성한다. 일정 수 이상의 학생이 과목 개설을 요청하면 해당 과목을 만들어줘야 한다. 교육부는 “신청자가 적은 과목은 순회교사가 각 학교를 돌며 가르치거나 학생이 직접 인근 거점학교로 가서 듣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신 ‘완전 절대평가화’ 검토
이렇게 되면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이더라도 A, B 학생이 고교 생활 동안 배운 내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고1 때 배우는 공통과목은 같지만 이후에는 각자의 과목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2월 고교 내신의 완전 절대평가화를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해둔 상태다.
최종 결과는 7월경 수능 개편안과 함께 발표될 예정이지만 일단 선택과목은 절대평가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진로선택 과목 등에 대한 평가방식을 5단계 절대평가로 갈지, 아니면 3단계 혹은 패스·페일의 2단계로 갈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영수 등 공통과목 역시 ‘이상적으로는’ 절대평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영수에 대한 석차 줄 세우기가 이뤄지면 새 교육과정의 핵심 취지인 ‘과정중심 평가’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이유에서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면 내신평가 방향은 단계적으로 절대평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수능에 서술형 도입 가능성
새 교육과정에 따라 고교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크게 바뀌는 만큼 교육부는 현 중3이 수능을 보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에 대한 용역을 진행해 그 최종 결과를 7월경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앞서 수능 과목과 문항 수 등 기본적인 틀뿐만 아니라 수능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수능자격고사화 △절대평가 확대부터 △서술형 문제 도입 △수능 시기와 횟수 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이 거론된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는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출제 범위”라며 “새 교육과정의 취지가 융합교육인 만큼 수능 범위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포함한 공통과목에 국한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는 “한국은 국가 주도의 대입시험을 5지선다로 보는 유일한 나라”라며 “2021 수능부터 최초로 서술형 평가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3 학부모들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내신 완전 절대평가가 이뤄지면 대학들의 특목고나 자사고 선호 현상이 뚜렷해져 일반고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같은 일반고라도 강남, 목동 등 교육특구의 일반고 출신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신과 수능 변별력이 모두 약해지면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질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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