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부동산이야기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

후암동남산 2018. 9. 4. 16:01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

한때 자동차는 도시 환경을 개선한 구세주였다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 전혀 의도하지 않게 다른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혜택을 주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생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면, 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 수행한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이 독감에 걸릴 확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대게 사람들이 교육을 받는 이유는 자신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행위이거나 자신의 지적 만족을 채우기 위한 행위이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사용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의 후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자신의 앞마당에 예쁜 공원을 만드는 이유 역시 개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변 지역 거주자들의 주거환경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누군가가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면, 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 수행한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이 독감에 걸릴 확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또한 많다. 누군가 개를 키우는 이유는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가 시끄럽게 짖을 경우 그 소리 때문에 원치 않는 피해를 입는 이웃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발시킨 환경오염 또한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면서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지 환경을 오염시키기 위해 물건을 생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역시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경제 행위를 수행할 때 해당 경제 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에게 의도치 않게 이익이나 손해를 가져다 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가나 벌칙을 받지 않는 경우를 경제학은 ‘외부효과’라 한다. 외부효과는 다시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외부경제는 쉽게 말해 긍정적 외부효과로, 어떤 경제 행위가 제3자에게 의도치 않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시장에서 정당하게 대가를 받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반면 외부불경제는 부정적 외부효과로, 어떤 경제 행위가 타인에게 경제적 손실을 주었으나 시장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또한 많다. <출처: gettyimages>

경제학에서 외부효과를 주목하는 이유는 외부효과가 사회 전체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 행위는 비용과 편익을 수반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발되는 모든 비용과 편익이 해당 경제 행위를 수행한 개인에게만 전적으로 귀속될 경우, 각 개인이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수준에서 경제 행위를 수행할 때 사회 전체도 최적의 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효과가 유발될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외부효과가 유발되는 상황에서 사회 전체가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비용과 편익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많은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이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 의식하지 않고 결정한다. 이 때문에 시장 전체의 최적화된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 경제는 보다 권장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 불경제는 보다 억제해야 사회 전체적으로 보다 개선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외부효과의 해결책 - 조세와 보조금

공해를 배출하는 기업에게 공해 배출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는 것은 공해로 인한 외부불경제 유발을 억제하는 방편이다. <출처: gettyimages>

경제학은 외부효과가 유발되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조세와 보조금이라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외부불경제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를 부과하여 이러한 행위를 억제하는 것이다. 일례로, 공해를 배출하는 기업에게 공해 배출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외부경제의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여 해당 행위가 보다 많이 수행될 수 있도록 권장한다. 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이 경제학자 피구(A. C. Pigou)이기 때문에 이러한 조세와 보조금을 ‘피구세’, ‘피구적 보조금’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조세와 보조금을 통해서 외부효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먼저 일상의 경제 행위들 중에서 어떤 경제 행위가 외부불경제와 외부경제에 해당하는 경제 행위인지 명확히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수행한 여러 경제 행위 중에서 도대체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의 경제적 편익에 영향을 주었는지 가늠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외부효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세나 보조금을 부여할 경우, 적정 규모의 조세 내지 보조금의 수준을 책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행위가 외부효과를 유발한 행위였는지를 구분했다 하더라도 외부효과로 인해 유발되는 정확한 이익이나 손실의 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애연가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개인의 만족을 위한 것이지, 흡연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냄새를 뿜거나 건강에 해로운 물질을 보내기 위한 의도는 결코 아닐 것이다.<출처: gettyimages>

조세와 보조금을 통한 문제 해결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거의 모든 경제 주체가 외부경제를 유발하는 행위와 외부불경제를 유발하는 행위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오늘 하루 수행한 여러 경제 활동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행위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행위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보조금 내지 조세를 부과하려면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감한 뒤에 적정 수준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세와 보조금을 통해 외부효과를 해결하는 것이 부분적인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어, 많은 경제학자들은 외부효과를 해결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대안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으며, 지금도 이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효과를 해결하는 데에는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론 못지않게 과학 기술을 통한 해법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인 경우가 종종 있다. 흡연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애연가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 또한 개인의 만족을 위한 것이지, 흡연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냄새를 뿜거나 건강에 해로운 물질을 보내기 위한 의도는 결코 아닐 것이다. 만약 과학 기술이 발달해서 흡연과정에서 유발되는 유해물질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면, 굳이 흡연자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나 흡연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적 방법들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말똥은 도시 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범이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외부효과를 해결하는 유의미한 방편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자동차다. 오늘날 자동차는 대표적인 외부 불경제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가장 먼저 자동차는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주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교토협정에서 확인된 6개 온실가스에 대해 European Union Road Federation에서 수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통 부문은 에너지(30%), 제조 및 산업 부문(20%) 다음으로 배출량(19%)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기오염과 교통혼잡 등 오늘날 자동차는 대표적인 외부 불경제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출처: corbis>

자동차가 유발하는 또 다른 외부불경제 요인으로는 교통 혼잡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가운전을 할 경우 교통 혼잡을 유발하여 다른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 이에 많은 국가에서 교통 혼잡으로 인한 GDP 및 국가경쟁력 감소에 대한 연구를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European Commission은 유럽 연합 내 간선도로 중 7,500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구간이 매일 정체 상태라고 확인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한 손실 규모는 EU 전체 GDP의 약 2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통 혼잡으로 인한 외부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교통 혼잡으로 도로 위에서 차량들이 더 오래 운행하게 될 경우 이로 인해 더 많은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뿐만 아니라 혼잡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더 많이 유발되기 때문에 교통안전 측면에서도 외부불경제 요인을 유발한다. 교통 인프라의 노후화를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 역시 교통 혼잡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오늘날 자동차는 다양한 측면에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한때 자동차는 대도시에서 전개되는 각종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여주는 가장 획기적인 방편이었다.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은 말과 마차였다. 말과 마차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한 역사는 훨씬 이전부터지만, 인류가 말과 마차로 인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인식하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부터로 추정된다. 1605년 런던에서 처음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마차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1640년에는 역마차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대도시를 중심으로 마차를 다각적인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지 불과 100년이 지난 17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말과 마차로 인한 교통 혼잡 현상이 목격되었다.

막대한 양의 말똥으로 인해 유발되는 피해 중 악취는 가장 가벼운 부정적 외부효과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출처: wikipedia>

이때부터 말과 마차는 여러 가지 외부불경제 요인으로 대두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말똥이었다. 당시 유럽의 주요 대도시와 뉴욕의 도로는 말똥 등의 분뇨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뉴욕 시에서는 말 20만 마리가 교통수단 등으로 활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말 한 마리당 하루 평균 10킬로그램 내외의 배설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당시 뉴욕의 말들은 하루 평균 2000톤에 가까운 배설물을 거리 곳곳에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양의 말똥으로 인해 유발되는 피해 중 악취는 가장 가벼운 부정적 외부효과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말똥이야말로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가스효과가 25배나 높은 메탄 배출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말이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뀔 때도 메탄 성분이 배출된다.

사실 당시 말똥으로 인한 가장 커다란 외부불경제 요인은 온실가스효과라기보다는 건강 문제에 있었다. 말똥이 건조해지면서 부서지는 과정에서 유발하는 말똥 먼지가 시민들의 기관지를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매년 뉴욕 시민 2만 명 정도가 파리가 옮기는 각종 질환으로 사망했다. 장티푸스를 비롯해서 당시 대도시 거주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 역시 말과 말똥이었다.

당시 기록들을 보면, 말똥으로 인한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들이 많다. 비 오는 날 똥물이 흐르는 도로 위를 걷지 않도록 안아서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직업이 생겨났는가 하면, 뉴욕에서는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말똥으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 논의한 바도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인 ‘시나리오 기법’과 ‘델파이 기법’ 또한 말똥 문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19세기경 영국에서 말똥으로 인한 피해가 앞으로 얼마나 진행될 것인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미래예측 기법이 활용 사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말똥 등 동물 분뇨로 인한 피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선 후기, 인구가 급속히 증가함과 동시에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전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한양 또한 각종 동물들의 분뇨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졌다. 실학자 박제가(1750~1805년)의 [북학의]에 따르면, 당시 한양은 4대문 안에서 나오는 각종 분뇨를 다 수거하지 못해 더러운 냄새로 가득했으며, 거리는 온통 개똥과 말똥으로 가득했다고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분뇨로 인해 바람이 불 때면 눈을 뜨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고 한다. 또한 말똥가루가 여기 저기 날려서 주막의 술상이나 밥상을 불결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었다고 묘사되어 있다.

심각했던 말똥으로 인한 피해를 한 번에 해결해준 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였다. <출처: gettyimages>

이처럼 심각했던 말똥으로 인한 피해를 한 번에 해결해준 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였다. 1900년 초기부터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백 개의 소규모 차량 제조회사들이 등장하였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자동차 관련 기술 수준이 높아짐과 동시에 자동차 가격은 점차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의 가격과 유지비가 점점 저렴해졌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동차는 분뇨를 치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크게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영국의 경우 1904년 당시 자전거를 제외한 자동차 생산대수는 17,810대였는데, 1910년에는 107,635대, 1918년에는 330,518대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자동차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유럽의 각종 대도시와 뉴욕의 거리에는 차츰 말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었고, 이로 인해 말의 분뇨로 인한 피해 또한 줄어들게 되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말똥으로 인한 대기오염 및 위생문제 등도 차츰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도시 환경을 개선시킨 가장 큰 요인이었던 자동차가 오늘날 도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된 요인으로 대두된 이유는 자동차의 보급 숫자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자동차로 인한 외부 불경제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앞서 소개한 경제적 해결책인 조세와 보조금 등 다양한 경제적 유인책을 활용하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차량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다양한 보조금 내지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거나, 휘발유세 내지 혼잡세 등을 부과하여 주행거리 감소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오염 배출량을 줄이려는 시도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

도요타의 친환경 하이브리드차. 경제적 유인책을 통한 해결책과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과학 기술의 발달이다. <출처: Wikipedia>

이러한 경제적 유인책을 통한 해결책과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과학 기술의 발달이다. 자동차 기술의 발달로 인해 유럽과 미국의 경우 지난 20년간 주요 도시의 대기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 이는 주행거리 당 오염물 배출비율의 감소 폭이 운전거리 증가율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말똥으로 인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자동차의 발명으로 해결했듯이, 우리 인류가 자동차로 인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또 어떠한 해법을 찾아낼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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