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남산이야기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짝수해의 징크스

후암동남산 2010. 1. 26. 01:05

‘짝수해 징크스’ 올해도 계속되나

한국 주식시장에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홀수 연도에는 주가가 급등했다가 짝수 연도에는 하락하거나 상승폭이 주춤하는 이른바 '짝수해 징크스'다.

실제로 1999년 이후 홀수해 코스피지수 연간 수익률은 45.9%에 이르지만 짝수 해에는 마이너스 17.3%에 그치고 있다.

이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연초 효과'를 기대했던 주식시장은 대형 악재들이 터지며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26일 코스피지수는 1.97% 하락한 1637.34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일인 지난 4일 주가(1681.71)와 비교하면 벌써 44.37포인트나 빠졌다. '짝수해 징크스'가 1월부터 나타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짧아진 국내외 경기 흐름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과거 경기 사이클은 3∼5년 주기로 돌아왔지만 2000년 이후 2년 이내로 짧아지면서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주식시장도 2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오태동 투자전략팀장은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이후 3∼4년이던 경기 주기가 2년 이내로 짧아졌다"면서 "지난해 주식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에 경기 사이클상 이 추세가 3월 정도에 꺾일 것으로 보였지만 미국발 은행산업 규제 정책 등이 나오며 조정 시점이 더 빨리 왔다"고 우려했다.

올해 정부 정책이 주식시장 상승요인과는 반대라는 점도 '짝수해 징크스'를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각국의 정부가 경기 부양에 힘썼지만 올해에는 출구전략(금리 인상이나 재정지출 축소 등의 방식으로 시중에 푼 자금을 회수하는 정책) 등이 논의되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은행산업 규제 정책은 그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동부증권 장화탁 주식전략팀장은 "정부 정책이 긴축쪽으로 가고 있는 등 주식시장을 이끌어갈 상승 동력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오태동 팀장도 "지난해 정부는 주식시장에 친우호적인 세력이었지만 올해는 역할이 네거티브로 바뀐 만큼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마냥 하향국면으로 흐르지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트레이드증권 민상일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같은 상승률을 보이긴 힘들겠지만 기업이나 경제가 (긍정적으로) 변한 모습이 나타다면 달라질 수 있다"면서 "미국발 악재 영향이 있는 1·4분기에 약세를 보이더라도 2·4∼3·4분기에는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