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수학 상위권으로의 진입장벽--노력,안쓰러움,초조함.....

후암동남산 2012. 4. 23. 20:04

아내와 어디갔다가 늦게 귀가해서,야식하면서 우연히 tvn의 공부의 비법(공부의 왕도인가?)인가하는 케이블방송에서 유명한 두 명의 수학 선생님이 나와서 수능생들을 위한 비법전수를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새벽1시 넘어서 본것이니 재방송이었을것)

한 분은 수학 7등급생이 3등급으로 가는 비법이라며 "수능에서 단순계산문제만 정복해도 3등급은 된다" "이런 류의 기출문제들을 모아 반복적으로 풀게 하되, 학생이 풀이방법에 막히면 즉각적으로 옆에서 문제풀이를 도와주어서 학생이 풀이 방법자체를 외우다시피하게해라"

다른 한 분은 1등급,2등급을 왔다갔다하는 상위권 학생이 1등급을 굳히기 위한 비법으로

"정말 수학 최상위권이 되고 싶으냐? 그러면 수능의 융합사고 문제들(매 수능마다 2-3개씩은 꼭 나온다는)을 외부의 도움없이 한개라도 풀어봐라.몇일,몇주가 걸리던간에.." 라는 제안을 하시는 것을 보앗습니다.

아내와 나란이 앉아서 방송을 봤엇는데, 자연스럽게 아내에게 고개가 돌아가더군요. 아내의 목은 뻣뻣해지고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거봐! 이제 알겠어?)

저희 딸과 아들의 수학은 초등부터 고등까지 아내가 시켰었습니다

.아내의 지도기본 원칙은 저도 긍정합니다.

"수학은 지가 풀어야돼"

"수학은 노트에 연필로 풀어야돼" 등등

하지만 대단한 지도비법이 있는것은 아니고 선행학습을 할때보면, 대체로 처음에 개념정도 아주 간단히 설명해주고(어떤때는 거기 설명있지? 읽고 문제풀어봐로 때웁니다),기본 참고서 읽고 풀게하고,그리고 계산문제집(3000제 같은것) 던져줘서 풀고 익숙하게하고,그리고 심화문제집으로 넘어가는데, 여기서부터는 저와 말다툼이 생기기시작합니다.

이전까지는 아이의 질문과 풀이에 즉각적이고,또 적극적으로 care에 나섰던 아내가 이때부터는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아이는 모르겠다고...머리아프다고 징징거리고, 진도 못나가니까 짜증내고... 질문해도 아내의 대답은 "개념서 어디어디 읽어봐" 이게 다입니다.

이전에는 답안지 단속도 안하고 채점도 아이가 하게 놔두다가도 ,이 때부터는 답안지를 철저히 단속합니다.(저도 어디있는지 못찾아요)

다행히 아들은 고비고비를 스스로 넘겨가면서 지 누나의 진도를 넘어서 선행을 나가게 되엇고 ,이게 도움이되어서 결국은 올림피아드/과학고/서울대의 길을 가게 되지만,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딸아이 같은 경우 이러다보니 수학 심화문제를 다 풀지 못하고 개학을 맞게되죠. 그러면 망설임없이 "넌 여기까지야" 선행 접고 학기중에는 내신에 치중하게합니다..

딸이 자존심때문에 울고 불고 ,그 문제만 가르쳐주면 진도 나갈수 있다고해도 절대 여지를 안 보여주어서,안스러움에 살짝 힌트를 주려는 저와 다툼이 많았었지요

아내가 당시에 부부싸움하면서 하던 얘기가 잇습니다. 수학공부할때 절대 도와주면 안되는 시기라고

1.얘들이 어느정도 공부하다보면 새로운 개념들이 섞여서 혼선이 올때가 있는데,

이때 부모,과외 등 외부도움으로 바로잡게되면 그 혼선은 계속 반복될것이다. 절대로 혼자서 스스로 머리속에서 분류하고 정리하게 만들어야한다.

2.첫번째 고비를 넘기고 심화로 들어서면 사고력싸움인데, 생각을 부모가 대신해 줄수는 없지 않느냐. 이 고비를 스스로 못 넘기면 얜 거기까지인거야. 우리가 부모로서 해줄수 있는 것은 얘가 그 고비를 넘길수 있도록 기도해 주던지, 아니면 하나님이 주신 다른 재능을 빨리 찾아주는게 맞아.

당신이 끼어들어서 힌트를 준다는 건 얘가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 능력을 개발해서 스스로 그 고비를 극복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한다는 것을 알아야해. 당신이 그 만큼 얘들을 잘 모른다는 얘기이기도하고. 애가 능력개발 못하게하려면 힌트를 줘요.(이렇게 얘기하는데 힌트를 주고 싶어도 못주죠)

물리를 전공한 제 아내는 수학/과학은 후천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천적인 것이 있어야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어서 ,당시에는 그런 거부감때문에도(전 문과라서) 자주 말다툼했었었는데, tv의 1등급 굳히기 비법강사도 그런식으로 대답한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누가 질문하기를 "그럴리야 없겠지만 몇달을 고민하고 시도해 봤는데

융합사고력문제 하나를 못풀었으면 어떻게해야하냐고?" "그렇게 해보고 나서 얘기하시고,그래도 안된다면 1등급 못되는 거죠"

상위권으로 가는 고비를 넘기는 것,노력하면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부모로서 손 내밀어주고,뒤에서 밀어주고 싶지만 ... 그런 안타까움이,안쓰러움이,늦었다는 초조함이 아이의 한계를 그어버릴수 있다고 생각하면, 수학에서는 그러지마시라고 권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