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언어 습관이 성적을 좌우한다.'

후암동남산 2012. 4. 23. 20:51

예전 중2 생활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글 한 편을 소개합니다.


  옛날 이야기이다. 석가모니가 제자 아난다와 함께 길을 걷다가, 길가에 떨어져 있는 썩은 노끈 한 도막과 헝겊 조각을 보게 되었다. 버려진 지 오래 되어 썩고 삭았으므로 무엇에 쓰이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형체만은 삼으로 꼰 노끈이요, 헝겊 조각임이 분명하였다. 스승과 제자가 묻고 대답한다.   "무엇에 쓰이던 것이냐?"  "워낙 버려진 지 오래 되어 알 수 없습니다."   " 냄새를 맡아 보면 어떨까?"  "네, 노끈 도막은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것으로 보아 생선을 엮었던 것인 듯하옵고, 헝겊 조각은 향내가 나는 것으로 보아 향을 쌌던 것인 듯하옵니다."  "그렇구나! 사람도 이와 같아 처음에는 모두 맑고 깨끗했으나,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풍기는 냄새가 달라지느니라. 형체는 알아볼 수 없이 변모되었건마는……."  그리하여 불가(佛家)에서는 풍기는 냄새를 향기롭게 하기 위해서 마음을 갈고 닦는 긴 수행을 하게 되는데, 그 수행 과정이나 결과를 훈습이라 일컫는다. 만일, 석가모니가 언어학자였다면 '풍기는 냄새'라는 말 대신에 '쓰이는 말씨'라고 고쳤을 것이다.  인품을 고결하게 가지고자 하는 사람이면 모름지기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할 것이요, 그 바른 마음이 제대로 드러나게 하기 위하여 바른 말 쓰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요, 영혼의 얼굴이다. 따라서, 우리말은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의 표현이요, 영혼의 얼굴이다. 온 세계에 우리의 영혼을 자랑하고자 하는 우리 청소년들은, 먼저 우리말을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훈습 : 불법을 듣고 마음을 닦음.


  저는 오랜 시간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면서, 저의 국어 수업 시간에 대한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비속어와 은어 금지라는 규칙이었는데, 아이들은 그 규칙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툭 튀어나오는 비속어와 은어로 제게 혼이 났습니다. 아이들에게 규칙을 만들면서까지 아이들에게 알게 하고 싶었던 것. 그것은 바로 위의 글에서 말하고 있는 <말은 마음의 표현이요, 영혼의 얼굴이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욕’은 더 이상 부끄럽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탄사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지금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 과정이고,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생각도, 마음도, 몸도 커져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새로운 그 무언가가 들어가야 하는 그 자리에 이미 비속어와 은어가 가득했고, 그것은 아이들의 어휘력 저하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EBS 다큐 프라임 ‘욕해도 될까요’란 동영상에서 욕을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어휘력 평가에서 욕을 많이 하는 아이들의 어휘력이 낮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새롭고 많은 어휘들을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욕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어휘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당연히 문장을 읽는 힘이 떨어지고, 그것은 한 편의 글을 읽어내는 힘이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글을 읽어내는 힘이 없으니 당연히 자신의 감정이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도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독서력 저하로 연결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이들의 독해력과 표현력이 약해지면서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글쓰기 능력 등 아이들이 학습을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 저하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공부가 재미없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수업 시간 비속어 금지 규칙을 만든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제게 혼이 나기도 하면서도 웃으면서 미안해하는 표정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우리 아이들이 공부에, 그들의 인생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 그런 규칙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인성칼럼인데, 요즘 부모님들께서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하기에 글을 남깁니다. 아이들 공부 잘 하게 하고 싶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하고 싶은 그 마음 간절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강조합니다. 공부하니까 집안 청소도 봐주고, 공부하니까 뭐도 봐주고....그러다보니 더욱 아이들과 단절이 되고 아이들을 잘 모르게 됩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아이들은 아주 험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합니다. 다만, 집에서니까 부모님 앞에서니까 말을 조심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하나 "우리 아이는 착하니까...."이란 착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공부를 잘 해도, 못해도, 착해도...요즘 아이들 언어 습관 정말 많이 문제입니다. 그것을 집에서도 조심시켜 주시는 것...그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집에서 아이들과 친밀감을 위해 경어를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것부터 부부간에도, 부모와 아이 간에도 경어를 사용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면 집안이 예전에 비해 평안할 것이고, 아이들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