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긴 불황… 덜 놀고, 덜 먹고, 덜 쓴다
물가상승률 3~4% 지속… 불황형 新소비 패턴 정착 경기 불황, 빙하기처럼 꽁꽁- 1년반 넘게 소비심리 위축백화점·마트 이용 줄이고 자동차 안 타며 '절약 모드'
피할 수 없다면 에둘러간다- 생필품, PL상품 많이 사고
화장품도 저가만 매출 늘어… 인테리어·집수리는 직접
서울 서초동의 IT회사에 다니는 강영훈(37·경기 고양시 화정동)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지하철로 출퇴근 교통수단을 바꿨다. 월평균 들어가는 기름값이 30만원을 넘어서자 버틸 재간이 없었다. 강씨는 "가끔 택시 타는 것을 포함해도 한 달 20만원가량을 줄일 수 있었다"며 "자출(자가용 출근)족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열린 한우 할인행사에 손님들이 몰려 있다.
◇소비 심리 위축, "나아질 기미는 아직…"
지식경제부가 지난달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4월 매출 동향 보고서를 보면 3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2.4%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5.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2년 2분기 소비자태도지수는 2011년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으로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어 소비 심리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심리지수가 105를 기록하면서 일부에서 소비 심리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아직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백화점에는 '눈물의 떨이전'이 다시 등장했고, 통상 6월 중순부터 시작하던 명품 브랜드 세일도 올해는 일주일 이상 앞당겨 월초부터 세일에 들어간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6년 만에 처음으로 구매금액의 7%를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수익면에서 남는 게 없는 출혈 마케팅이지만, 이상 기후로 봄 상품 판매 시기를 다 놓쳤고, 재고를 떠안으면 도산할 위기에 처한 납품업체까지 나와 어쩔 수 없이 취해진 고육책"이라고 털어놨다.
심리적 요인도 크다. 특히 '하우스 푸어'의 비중이 주택 소유자의 11.52%에 달하고, 젊은 층은 결혼비용 부담에 따른 '허니문 푸어', 중년층은 자녀 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에듀 퓨어', 노년층은 '실버 푸어'라는 조어가 나올 정도로 소비 주체 사이에서 '나는 푸어(poor)다'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 지갑을 꽁꽁 싸매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불황에 적응해가는 중
긴 빙하기와도 같은 불황의 시기를 살아가는 방법은 뭘까.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확연히 바뀌고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판매되는 생필품의 경우 기존 1등 브랜드 제품 대신 저렴한 PL상품(유통업체가 제조업체보다 싸게 내놓은 자체 브랜드 제품) 구매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마트의 매출에서 PL상품 매출 비중은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지난 2007년 9%에 불과했던 PL상품의 비중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9%로 올라선 이후 계속 늘어나 올해는 유럽과 비슷한 30% 수준을 바라보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 에뛰드하우스, 미샤 등 중저가 화장품 매출이 이마트에서 25~4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들이 내놓은 고가 브랜드 화장품 매출은 5%나 감소했다. 인테리어나 집 수리를 직접 하는 가정도 많아졌다. 올해 1분기 이마트에서는 벽지, 포인트스티커, 시트지, 페인트 등 인테리어용품 매출이 18.7%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동 공구 매출은 24%나 증가했으며, 나사·못·철사 등 철물 판매도 13.3% 늘었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며 어떤 불황이 와도 견뎌낼 수 있는 형태로 소비습관을 바꾼 일본 소비자들처럼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제 검약형·내핍형 소비가 안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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