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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국채금리 국가부도 수준

후암동남산 2012. 7. 26. 20:40

[한겨레]스페인 국채금리 국가부도 수준
위기4개국 10월상환액 108조원/'버팀목' 독일 은행마저 신용하향/국내 주가 3월이후 11%나 하락/원달러 환율은 한달사이 20원↑/
안전자산 쏠려 국채금리 '뚝뚝'

2분기 성장률이 33개월 만에 가장 낮은 0.4%(전기 대비 기준)를 기록했다는 26일 한국은행의 발표는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는 시장의 불안감을 한층 부추기고 있다. 특히 한동안 세가 약화됐던 유럽발 '태풍'마저 3분기에 다시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는 앞으로도 힘든 시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주가·환율·금리 등 우리 경제의 실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금융시장의 3대 지표는 이미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악재인 유럽 위기의 위세는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순께 한시적으로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7%를 넘어섰던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달 들어 지난 19일부터 계속해 7%대 중반까지 치솟고 있다. 사실상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미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을 요청한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부장은 "유럽 금융과 정치권의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 말이나 9월 초쯤이나 돼야 스페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얘기가 나올 텐데 그때까지 시장은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이른바 '피그스'(PIGS) 4개국이 10월까지 만기상환해야 하는 국고채 물량은 약 775억유로(108조원)에 이른다.

더욱이 유럽 위기의 불씨는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유럽의 버팀목인 독일 은행 17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23일 독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도 낮췄다.

우리 경제는 유럽발 태풍의 영향권에 점점 깊숙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 23일 1800선이 붕괴된 코스피는 이날 1782.47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약세장 조짐이 나타난 3월 이후 이날까지 하락폭은 11%에 이른다. 현재 주가 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밑도는 상태로, 주식 가격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코스피가 1000선을 넘은 이후 주가 순자산비율이 1배 밑으로 떨어진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말~2009년 초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김학균 케이디비(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월 들어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네 안 받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네 안 빠지네 하면서 증시 리스크가 상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과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8480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4.3원 내린 1146.9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지난 한달 새 20원 남짓 상승한 상태다.

특히 채권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뚜렷하다. 이날 현재 3년물과 5년물 국채 금리가 각각 2.81%, 2.89%까지 떨어진데다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도 기준금리인 3% 아래로 떨어질 기세다. 장기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 증폭으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만 쏠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동수 엔에이치(NH)농협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론 유럽 부채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경기에 대한 전망도 애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자금이 채권 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