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이바는 갈등에 빠졌다. 나체로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일은 오늘날에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11세기경의 신분 높고 신앙심 깊은 백작 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을 만큼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고다이바는 남편의 폭주를 막고 죽어가는 농민들을 구할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그 길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다이바는 결국 남편이 내민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 일은 곧 코벤트리의 농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언제 어느 때에 레이디 고다이바의 거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농민들은 영주의 부인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그녀의 숭고한 뜻을 존중해 농민들 스스로도 큰 결정을 내리게 된다. 레이디 고다이바가 벌거벗고 마을을 도는 동안, 마을 사람 누구도 그녀의 몸을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마침내 레이디 고다이바가 벌거벗고 마을로 내려온 날. 코벤트리 전체는 무거운 정적 속에서 은혜로운 영주 부인의 나체 시위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도저히 호기심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쯤은 있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영주 부인의 나신이라는 매혹적인 말에 이끌린 코벤트리의 양복 재단사 톰은 마을 사람들과의 합의를 깨고 호기심에 이끌려 그만 커튼을 슬쩍 들추어 마을을 도는 벌거벗은 영주 부인을 훔쳐보았다.
그 순간 톰은 장님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이것이 숭고한 고다이바의 뜻을 성적인 호기심으로 더럽히려 한 것에 대한 신의 벌이었다고 생각했다. 톰에 대한 이야기는 훔쳐보기의 대명사로 ‘피핑 톰(Peeping Tom: 엿보기를 좋아하는 사람, 관음증 환자)’이라는 말로 전해지고 있다.
알몸으로 마을을 한 바퀴 다 돈 고다이바의 용기있는 행동에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남편 레오프릭 또한 놀라고 감동하였다. 결코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조건을 그녀가 받아들이고 행하자 레오프릭은 그녀의 간청을 받아들여 마을의 세금을 낮추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독실하고 신실한 카톨릭 신자로 거듭나 이후 코벤트리를 훌륭하게 다스려 나갔다고 전한다.
실존 인물로서 레이디 고다이바에 대한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