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이 하락하는 학생들의 특징 - 학원키즈

후암동남산 2012. 9. 27. 16:17

요즘은 1등부터 꼴찌까지,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이 없다고 할 정도로 학원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학습적인 목적에서 학원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맞벌이 등의 이유로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해서 학원을 보내시는 가정도 많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지요. (놀이터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긴지 꽤 오래됐지요.)

 

학원을 다니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절대로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요즘 우리 아이들의 경우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은 학원을 다니다 보니 배우는(학) 것에는 익숙하지만 익히는(습)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인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학원뺑뺑이로 자라온 학원키즈들의 경우 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이 하락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초/중학교 때에 비해서 공부해야할 양이 늘었을 뿐 아니라 난이도도 올라갔기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 후 학원의 필요성은 더 많이 느끼지만, 학원을 다닐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지요. 밤 10시까지 강제 야간자율학습에 잡혀 있느라 학원을 다닐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주말 외에는 없잖아요.

 

일선 고등학교들의 경우도 교과부나 교육청의 사교육비 절감대책에 부응하기 위하여 학생들의 사교육 활동을 억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일부 고등학교들의 경우는 사교육비 절감 목표를 세우고 사교육비를 절감시키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다 동원하고 있고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학원을 안 가도 될 정도로 양질의 방과후학교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사교육비 절감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을 아예 다니지 못하도록 강제로 학교에 잡아놓는 방법으로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것이지요. 사교육비 절감 실적이 교육청의 학교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이유로 인사고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립학교들에서 사교육비를 절감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교육비가 절감되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이들의 학력 또한 절감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교육청의 인사고과에 사교육비 절감실적만 반영될 뿐 학생들의 대입실적은 반영되지 않다 보니 공립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력보다 자신들의 인사고과를 위한 사교육비 절감에 더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일 때도 있어서 참 씁슬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어쨋든 상황이 위와 같다 보니 그 동안 학원뺑뺑이로 자라온 학원키즈들은 고등학교 진학 후 갑자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학원이라는 마약을 강제로 끊기게 된 환자의 금단현상이나 기수를 잃은 경주마처럼 방향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지요. 그 와중에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너는 왜 이렇게 집중력이 없니?', '너는 왜 이렇게 의지가 나약하니?'라며 아이들을 질타할 뿐이고요. 아이들은 집중력이 없고, 의지가 나약하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서 그렇게 잘못 키워진 것일 수도 있는데도요.

 

초등학교 성적은 부모의 성적이고, 중학교 성적은 학원 성적이며, 고등학교 성적이 학생 성적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등학교 진학 이후 부터는 성적에 있어서 학생의 영향력이 강해집니다. 학생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헤쳐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갑자기 벌어지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능력이 너무 떨어진다고요?

그 이유는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금 늦게 가고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대기만성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릇부터 크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추신. 자기주도학습이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자기주도학습과 학원을 다니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학원을 다닌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공부 계획에 의거해서 필요한 부분만 단과형태로 들으며 도움을 받는 것은 그것 역시 자기주도학습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습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경정되는 것이지 학원을 다니느냐 다니지 않느냐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것은 자기주도학습이 아니라 독학일 뿐입니다. 독학과 자기주도학습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