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2014년부터 수학시간 계산기 허용… 교육계 찬반 논란

후암동남산 2013. 1. 20. 07:52

"단순계산 맡기고 창의력에 집중" VS "손으로 풀어봐야 문제해결력 생겨"

 

2014년부터 중고교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내용의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10일 발표했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계산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교과부는 계산기를 사용함으로써 복잡한 계산에 얽매여 놓쳤던 영역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계산기 사용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찬반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수학 능력 약화될까 우려

일각에서는 계산기를 활용하는 게 오히려 학생들의 수학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의 A고 수학 교사는 “하위권은 기본 연산도 어려워하는데, 계산기를 쓰다 보면 나중에 손으로 풀지 못할 수도 있다. 직접 계산하면서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편하다고 계산기를 활용하다 보면 상위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학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일본 등 수학 강국에서는 계산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10차례 우승했으며 최근 4년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조열제 경상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직접 계산을 해봐야 사고의 폭과 문제 해결력이 길러진다. 19단을 외우는 인도나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중국도 계산 능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며 “사고력을 신장시켜야 할 학생에게 굳이 계산기를 쓰게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으로 고등학생 아들을 유학 보낸 한 학부모는 “미국 학생들은 수학 실력이 확실히 떨어진다. 교과 진도가 한국보다 뒤처져서 그런 측면도 있지만 계산기를 쓰니까 암산도 제대로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재미있는 수학 위해 필요

 

계산기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입시 위주로 수학을 공부하다 보니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 학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최근 몇 년간 3∼6위를 차지하면서도 흥미도에서는 50개국 중 43∼45위에 그쳤다.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학을 문제풀이 위주로 수준 낮은 공부를 시키고 있다. 기본 연산 능력을 키워야 하는 초등학교까지는 몰라도 중고교부터는 계산기를 활용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 평가방법부터 고쳐야

전문가들은 수업시간에 계산기를 활용할 것이냐를 논의하기 전에 시험 평가와 학습 방법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수업 방법으로는 계산기를 쓰도록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안상진 수학사교육포럼 부대표는 “현재 교육과정에도 수업시간에 계산기 활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계산기 사용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당국이 소극적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계산기 사용 문제만 가지고도 찬반이 뜨거운데,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공정성 시비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한국처럼 성적에 예민한 나라에서 시험에 반영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수능에 계산기로 푸는 문제를 한두 개 넣고, 시험시간 중 일부분에만 계산기를 쓰게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