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홀릭을 운영하다 보면 입시에 대한 문의를 정말 많이 받게 됩니다. 우리 아이 성적이 이 정도인데 어느 학교에 진학하면 좋을지, 이 정도 성적으로 이 학교에 합격할 수 있을지 등 입시라는 불을 끄기위해 두서없이 질문을 쏟아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요.
그런데 질문을 듣다 보면 그 동안 자녀교육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셨던 분인지 금방 감이 잡힙니다. 고수엄마와 하수엄마는 질문하는 내용은 물론이고 답변에 대한 반응도 완전히 다르거든요.
일단 고수엄마들은 입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물론이고 자녀의 강약점 파악이 명확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녀의 성적과 준비상황에 맞추어 지망학교 및 지망전형도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요. 그래서 질문도 구체적일 뿐 아니라 캉쌤의 답변에 대한 대응 및 실천도 매우 즉각적입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조언을 해드리면 금방 이해할 뿐 아니라 곧바로 실천에 옮기시거든요. 그렇다 보니 고수엄마들과의 상담은 상당히 빨리 끝날 뿐 아니라 '이렇게 하면 이 정도 목표까지 한 번 도전해볼 수 있다'라는 기분좋은 내용으로 끝이 납니다.
그 반면에 하수엄마들은 입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물론이고 자녀의 강약점 파악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러나 지망학교의 수준은 오히려 고수엄마들보다도 훨씬 높지요. 자녀의 강약점은 물론이고 입시나 학교에 대한 파악이 부족하다 보니 자녀의 성적과 준비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최고의 학교들만 꿈꾸시거든요. 그래서 하수엄마들과의 상담은 상당히 지루하게 늘어질 뿐 아니라(입시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 설명부터 시작해서 왜 현재 성적 및 준비상황으로는 해당 학교에 지원하기 어려운지를 일일히 설명해야함) 결론도 엄마들의 교육제도 비판 및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원망과 한탄을 들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렇다 보니 하수엄마들은 입시철에 2번 크게 놀라시지요.
첫 번째 놀람. 이런 학교도 있었어요?
자녀를 특목고를 진학시키고 싶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특목고의 유형이 어떻게 나뉘는지, 각 유형별 특징은 어떠한지, 각 유형별로 어떠한 학교들이 운영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계신 학부모님들은 많지 않습니다.
인서울 대학에 보내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부모님들 중에도 서울에 어떤 대학들이 있는지 아시는 분들이 많지 않으시지요. 흔히, 인서울 대학서열이라는 것도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정도만 알고 있을 뿐 건동홍숙-국숭세-광명상가-한서삼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학부모님들이 많지 않으시거든요. 특히, 광명상가-한서삼의 경우는 고3 부모님들 중에도 대입원서를 작성하기 이전까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요.
그렇다 보니 성적 등 기본상담자료들을 가지고 적당한 학교를 추천해드리면 '이런 학교도 있었어요'라며 깜짝 놀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놀람의 이면에는 '아니 우리 애를 어떻게 보고 이런 후진 학교를 추천해줘!'라는 노여움이 담겨있지요.
두 번째 놀람. 이 학교 커트라인이 이렇게 높았어요?
캉쌤이 추천해드린 학교에 대해서 처음부터 만족하시는 부모님들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불만족하실 뿐 아니라 약 절반 정도의 부모님들은 거세게 항의를 하시지요. 아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허접한(?) 학교를 추천받았으니 기분이 좋을리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함정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그 학교 조차도 합격을 자신할 수 있는 학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학교도 있지만 그런 학교를 추천해드렸다가는 멱살잡이라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안정권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합격을 기대해볼 수 있을 학교 중 가장 평판이 좋은 학교를 추천해드린 학교가 바로 그 정도 수준의 학교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수 부모님들은 적(해당 학교의 입학난이도)은 물론이고 나(우리 아이의 성적 등 전반적인 준비상황)도 모르다 보니 저 높은 곳만 바라보며 뜬 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그 동안 우습게 바라봤던 학교들의 드높은 커트라인에 화들짝 놀라며 당황하게 되고요.
그래서 현 입시상황 및 적과 나에 대해서 차분히 분석해드리면 갑자기 멘붕에 빠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엄마들은 암 선고라도 받은 환자처럼 표정이 굳어져서 쉽사리 말을 하지 못하시고, 아빠는 매서운 눈빛으로 엄마를 쬐려보다가는 휙하고 담배를 피우러 나가버리시지요. (입시상담이 끝난 후 부부싸움을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 모두 그 동안 아이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생각지도 못한 현실을 갑자기 알게 되어서 서로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화풀이를 하는 것이지요. 애를 도대체 어떻게 키웠기에 성적이 이 모양이냐, 그러는 당신은 애들 교육에 신경이나 써본 적이 있느냐 라면서요.)
입시상담을 하다 보면 '예전에 우리 때는 어땠는데..'라며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며 하소연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죽 답답하면 그런 이야기를 하실까 싶어서 답답한 심정이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라 캉쌤도 마땅한 대책을 세워드릴 수가 없지요.
입시는 입시제도의 변화 뿐 아니라 학교간의 서열변화도 매우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학교에도 뜨는 학교와 지는 학교가 있고, 학과에도 뜨는 학과와 지는 학과가 있는 것이지요. 고등학교의 경우는 특목고 및 자사고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학교서열이 재편되고 있고, 대학은 인서울 사립대학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입시제도의 변화 뿐 아니라 학교들의 선호도 변화, 학교들마다의 선발방식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잘못된 길로 나아가기가 쉽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흔히 하시는 실수를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애는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영어를 잘 하니까 용인외고에 보내야겠다!
-> 용인외고는 외고로 설립되었지만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되었습니다. 따라서 신입생 선발시 외고처럼 영어 내신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5개 과목(국/영/수/사/과) 내신을 반영합니다. 또한 외고와 다르게 학기별 성적반영 비율도 다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명에 외고라는 명칭이 있다 보니 용인외고가 아직도 영어 내신만 가지고 합격할 수 있는 외고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애는 대학을 외국으로 유학가고 싶어하니까 국제고를 보내야겠다!
-> 학교명칭에 국제라는 단어가 들어가니까 국제적으로 대학을 진학시키는 학교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국제라는 용어는 국제적인 교과과목(국제법, 국제경제 등)을 가르치는 학교라는 의미이지 국제적인 대학으로 진학시킨다는 의미가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국제고의 대부분은 공립고등학교입니다. 공립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만 생각해보시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으실 것입니다.
우리 애가 다니고 있는 학원 선배가 작년에 3등급 2개가 있는데도 OO외고에 합격했다고 하니까 우리 애도 지원시켜봐야겠다!
-> 외고의 전형별, 학과별 커트라인은 천차만별입니다. 일반전형이냐, 사배자전형이냐, 지역우수자전형이냐 등 전형별 커트라인 뿐 아니라, 영어과냐 중국어과냐 독일어과냐 등 학과별 커트라인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원들은 전형에 대한 언급없이 오직 합격생의 등급만 가지고 언급하며 특목고 지원을 부추기지요. 심지어 외고의 경우도 지원자를 늘이기 위하여(최근 몇 년 사이에 외고 선호도가 급감하여 대부분의 외고에서 1단계 미달사태를 빚는 전형 및 학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원자들에게 가장 희망을 줄 수 있는 특이한 합격 케이스를 마치 일반적인 경우처럼 발표하기도 하고요. 따라서 커트라인을 확인하실 때는 전형과 학과 그리고 경쟁률을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합격가능성이 아니라 합격 후 버텨낼 수 있느냐라는 학습준비 상황이기 때문에 문 닫고 들어갔다가는 3년 내내 친구들에게 감사인사(바닥 깔아줘서 고마워)를 듣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애는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편이니까 내신을 포기하더라도 학업 분위기가 좋은 특목고에 보낸 후 수능 공부를 열심히 시켜서 서울대 건축학과에 보내야겠다!
-> 서울대는 정시에서 건축학과를 선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만으로 서울대 건축학과에 진학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2013학년도 입시 기준으로 서울대에서 수시모집만 실시하는 학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시모집만 실시하는 서울대 학과들 : 자연과학대학(통계학과, 화학부, 지구환경과학부), 공과대학(건설환경공학부, 건축학과 건축학 전공, 건축학과 건축공한전공, 산업공학과, 에너지자원공학과, 원자핵공학과, 조선해양공학과), 사범대학(교육학과, 윤리교육과, 수학교육과), 수의과대학(수의예과)
내신이 안 좋아도 논술을 잘 보면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다고 하니까 논술 준비를 열심히 시켜보자!
-> 내신이 안 좋아도 논술을 잘 보면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명문대 논술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렇다 보니 대다수의 명문대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전형이 바로 논술전형입니다. 수십대 일은 기본이지요. 타 전형들과는 경쟁률의 수준이 다릅니다.
-> 내신이 안 좋아도 논술 전형으로 합격했다라는 학생들은 대부분 수능 최고수들입니다. 대학에서는 특목고 학생들처럼 내신은 좋지 않지만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논술에서 우선선발을 시행합니다. 수능 등급이 특정 등급이상인 학생들만을 모아서 따로 선발하는 것인데 논술 우선선발의 경우 내신반영 비율이 일반선발보다 크게 낮습니다.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키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특목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특목고의 유형은 어떻게 나뉘는지, 유형별 특징은 어떠한지, 유형별로 어떠한 학교가 있고, 학교별로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지 등 최소한의 지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으신 분들이 많지요. 오직, 특목고의 명문대 진학실적이 좋다라는 막연한 정보 하나만 가진 채요.
대입의 경우도 수시와 정시가 무엇인지, 지망 대학이 신입생들에게 요구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자격조건과 평가요소의 차이가 무엇인지 조차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고요. 단지 막연하게 '서울대를 목표로 준비해야 연고대라도 갈 수 있다'라거나 '일단 연고대를 목표로 준비하다가 성적이 잘 나오면 서울대에도 지원해보자'라고 생각하시면서요.
우리 스터디홀릭 가족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들은 적과 나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 적과 나에 대해 알아보는 작업부터 시행해보시기 바랍니다.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시에서는 정확한 길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나는 요리를 이렇게 잘 하는데 왜 나를 뽑아주지 않느냐'며 한식 요리사가 양식 레스토랑에 찾아가서 투정부리며 원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부디 사랑하는 우리 스터디홀릭 가족들이 입시철에 2번 놀라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캉쌤도 열심히 도와드릴테니 우리 함께 힘을 내 보시죠. 우리는 부모잖아요. 아자! 아자! 화이팅!! ^^
(원문제목 : '하수엄마들은 입시철에 2번 놀란다!' - 출처 : 교육정보 무료공유 - 강명규쌤의 <스터디홀릭> http://www.studyholic.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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