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감독은 국대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도 아니고 독일식도 아닌 한국형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다소 애매모호한 발언을 했다. 한국형전술에 대한 구체적인 보충설명도 없었으며 나를 포함한 많은 축구팬들이 대체 한국형전술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에 심한 갈증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축구 자체의 뚜렷한 색깔이 없었기에 홍감독의 '한국형전술'에 대한 궁금증이 배로 다가왔다. 그럼 그동안 홍감독이 구사해온 축구를 바탕으로 과연 한국형전술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보자.
1. 스페인도 아니고 독일도 아니다.
스페인스타일은 현재 세계축구의 지배자다. 짧은 패스웍과 전방에서부터의 포어체킹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그 점유율을 바탕으로 종국엔 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축구다. 대표적인 나라로는 스페인,브라질 등이고 일본도 이를 따라가려고 십년째 흉내를 내고 있지만 불가항력이다.
독일식? 예전의 독일식은 선굵은 축구였다. 포스트플레이나 타깃형에 기반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현재 독일은 예전의 독일이 아니다. 선굵은 축구에 스페인식 짧은 패스플레이를 접목하여 명실상부 세계챔피언이 되었다.
올 유럽챔피언스 참피언 대결에서 독일 두 팀이 대결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독일이 자기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세계축구의 정점을 빨리 받아들여 마침내 원작자를 이겼다는 점이다.
나는 독일의 변화와 발전을 보면서 홍감독이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맹목적 사대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똥고집스러운 배타주의는 더 위험한 발상이다. 자칫 깊은 우물속같은 배타주의와 국수주의에 홍감독이 빠져들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더구나 '한국형전술'이라는 우리의 고유한 축구색깔 조차 없기 때문에 대체 홍감독이 지향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헷갈리기 까지 한다.
2. 지지않는 축구.
그동안 홍감독이 구사해온 축구는 엄밀히 말해서 수비축구이다. 국제대회에서 우리가 성적을 내려면 맞불을 놓는 것은 위험하다. 허리를 두껍게 하고 역습을 노리는 홍감독의 축구는 스페인을 흉내내던 일본을 잡았다. 점유율은 일본이 높았지만 결과는 우리의 몫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영국과의 8강전은 홍감독의 전술상 가장 완벽성이 높은 경기였다. 1,2,3선의 간격유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연장전까지 영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피니쉬를 결정짓지 못하면서 승부차기까지 갔다.
한 경기 지면 끝인 토너먼트대회에서 수비적인 홍감독의 축구는 분명 강점이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때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해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 결국, 적절한 '공수의 밸런스'를 어떻게 팀에 녹아내야 하는지가 관건이 아닌가 싶다.
3. '한국형전술' = 토탈사커.
"최고의 선수를 뽑아서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를 선발할 것이다." 라는 말은 홍감독이 어떤 축구를 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가 아닌가 싶다. 어떤 한 선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11명 전원이 수비를 하고 동시에 공격을 한다. 이것이 홍감독이 말하는 한국형전술이 아닐까?
1,2,3선의 일정한 간격유지는 토탈사커의 전제조건이다. 간격유지를 위해서는 90분내내 체력유지가 또한 전제조건이 되야 한다. 귀네슈감독이 처음 서울팀을 맡아 경기력을 선보였을때 정말 환상적이었다. 1,2,3선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숏패스와 롱패스를 섞어가며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일곱, 어덟번째 경기에서부터 간격유지가 무너졌다.
홍명보호에는 일본인 이세다 체력전문코치가 있다. 아직 합류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이번에도 홍감독과 함께 할 것이다. 2주정도의 시간이 허락되면 선수들의 체력을 일정수준으로 유지시킬 것이다. 물론, 월드컵을 직전에 앞둔 시간이 될 것이다.
홍명보의 '한국형전술'은 결국 체력을 바탕으로 한 토탈사커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원수비에 전원공격...이것을 실현시키려면 결국 간격유지와 체력유지가 중요한 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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