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주역이야기

주역점치는 법

후암동남산 2018. 5. 13. 13:43

주역점치는 법


<주역>이란 책 자체가 사실 이해하기 쉽지않은 책이다. 의리역과 상수역의 관점이 다르고, 괘의 상징성, 괘사와 효사의 모호함 때문에 무수한 해석의 가능성(혹은 오역의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어학적 방법을 내세운 고증학과 무수한 고고학 발굴성과와 고전연구가 축적된 현대적 관점의 연구에서도 많은 점이 미진하다. 의리역, 상수역 같은 종래의 도식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역사적 고증이란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 고형의 작업인데 고형의 해석도 (방법론은 옳지만) 결과물은 뭔가 미진하다. <시경>의 경우 고주나 송대 신주의 경우는 알쏭달쏭하지만 적어도 청대이후의 해석을 보면 명쾌하다. 그런데 이런 연구방법도 <주역>에서는 한계에 부딪치는 것 같다.(<주역> 전문가는 아니라서 고형 이후의 성과까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모를 뿐 이미 명쾌한 현대번역이 나왔을지도)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어려운 주역을 어떻게 쉽게 이해할 것인가?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좋은 책이 절판이다. 여기로 가면 중고책을 파는 것 같으니 관심 있으시면 보시라.

최영진, 이기동 두 분의 번역이고 만화로 되어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화형식을 빌렸다고 해서 번역의 결과물이나 내용이 허술하지는 않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최영진 선생의 작업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이 책의 번역을 보면 정이천의 <주역전>이나 주희의 <주역본의>의 해석에서 벗어나는 해석이 나오는데, 이기동 선생이 이렇게 해석했을 것 같지는 않다. 여하튼 내가 보기에 이 책이 <주역> 이해하기에 가장 쉽다. 물론 <주역> 공부할 때 이 책 한권 읽고 대충 주역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시면 곤란하다. 

1. 주역점치는 방법
주역점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가 아는 방법은 <만화로 보는 주역>(동아출판사)에 실린 방법만 알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설명하겠다. 이 방법도 주희가 정리한 것이다. 

점을 치기전에 망령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것을 점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좋은 점괘가 나오기를 미리 기대해서도 안 된다. 편안하게 무념무상으로 점을 칠 것. 옛날사람들은 점을 치기 전에 목욕재계하고 정좌한 후에 점을 쳤다고 한다. 주변에 주역점으로 주식을 물어봤다는 선배가 있는데, 전혀 안 맞더란다. 


직장을 옮긴다든지, 연애운을 본다든지, 기타 인생의 중요한 문제인데 선택의 결과에 따른 리스크가 큰 경우 활용하면 좋겠다. 옛날사람들은 복거(卜居)라고 해서 새로 이사하거나 집을 짓는 경우 집터의 길흉도 점을 치곤했다. 

점치는 방법은 산가지(筮竹)로 하는 방법과 동전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 산가지로 하는 방법은 굉장히 복잡하므로 일단 생략하고 간단한 동전방법만 소개하겠다. 산가지로 하는 방법은 도서관에서 <만화로...>를 빌리시든지 헌책방에서 구입하시든지 해서 확인하시라. 물론 산가지로 하는 방법이 더 정통적이고 정성을 들이는 방법이다. 다만 내가 해 본 경험으로는 질문이 진실되면 동전점으로 한다고 해도 믿을만 하다. 

동전으로 점치는 법은
1) 동전을 3개 준비하여 가볍게 바닥에 던진다. 2) 동전이 모두 앞면이면 노양(老陽) 3) 앞면이 하나이고 나머지가 뒷면이면 소양(少陽) 4) 전부 뒷면이면 노음(老陰) 5) 두개가 앞면이고 하나만 뒷면이면 소음(少陰)으로 판정한다. 

이렇게 여섯번을 해서 초효에서 육효까지 결정한다. [주역의 점괘는 6개의 막대기-효(爻)가 모여 하나의 단위-괘(卦)를 이룬다. 밑에 설명이 나오겠지만 상황에 따라 괘 전체가 점의 결과가 되기도 하고, 혹은 괘의 일부분인 효가 결과가 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결과를 판정하는데
이 여섯개의 효를 변효(變爻)와 불변효(不變爻)로 구분한다. 즉 노음, 노양은 이미 그 기운이 끝까지 이르렀으므로 잠재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소음, 소양은 이제 시작하는 기운이므로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노음, 노양은 변효가 되고 소음, 소양은 불변효가 된다. 

1) 6효 모두 불변효: 본괘의 괘사로 판정 

2) 1개 효가 변효: 본괘 변효 효사로 판정

3) 2개 효가 변효: 본괘 변효 중 상효의 효사로 판정. 

4) 3개 효가 변효: 본괘와 지괘(之卦)의 괘사로 판정. 본괘가 체(體)가 되고 지괘가 용(用)이 됨. 단, 지괘가 비(否), 점(漸), 려(旅), 함(咸), 미제(未濟), 곤(困), 고(蠱), 정(井), 항(恒)일 경우는 본괘의 괘사로 판정. 익(益), 서합(筮嗑), 비(賁), 기제(旣濟), 풍(豊), 손(損), 절(節), 귀매(歸妹), 태(泰)일 경우는 지괘의 괘사로 판정. 

5) 4개의 효가 변효: 지괘의 변하지 않은 불변효 중에서 하효(下爻)의 효사로 판정.

6) 5개 효가 변효: 지괘의 불변효 효사로 판정. 

7) 6개 효가 모두 변효: 건(乾)괘는 용구(用九), 곤(坤)괘는 용육(用六)으로 판정. 나머지 62괘는 지괘의 괘사로 판정. 

본괘와 지괘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점을 쳤을 때, 1) 소양 2) 소양 3) 노양 4) 노양 5) 소음 6) 소음이 나왔다고 치자. 본괘는 노소를 따지지 않고 음양을 그대로 적용시킨다. 즉 양-양-양-양-음-음. 대장괘가 된다. 

지괘는 변효의 변화를 적용시킨 것이다. 즉 3)과 4)의 노양이 소음으로 바뀐다. 양-양-음-음-음-음. 임(臨)괘가 된다.

여기서 두 개의 효가 변효였으므로, 2)의 원칙-본괘 변효 중 상효의 효사로 점을 판정한다. <주역>에서 대장괘의 4번째 효사를 찾아보면 거기에 나온 결과가 점괘이다. 

대충 이해가 되시는지? 아마 <주역>을 읽어 본 경험이 없다면 전혀 무슨 소린지 모를 것이다. 이런 분들께는 워낙 설명드릴 것이 많으므로 지금 다 전달하기 어렵다. 일단 <만화로 보는....>이라도 빌려 보시고 기본적 이해라도 잡기 바란다. <주역>을 대강이라도 읽어 보셨다면 이것으로 점을 칠 수 있을 것이다. 

2. 점은 왜 치는가?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 견해이다. 내 경우에는 아주 예전에 연애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주역점을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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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무수하게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선택에 있어서 우리가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항상 충분하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본인은 충분하게 갖고 있다고 해도 예기치 않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런 선택의 결과가 큰 리스크가 없다면 상관 없겠지만 전쟁이나 사업과 같은 운명을 가르는 대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주역점이란 이런 변화무쌍한 세상사에서 직관적 방법을 통해 그 변화의 징조, 기세를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전격전의 전설>을 보면 분명 독일군의 우수했던 면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승리에 많은 우연적 요소들이 겹쳤던 것도 사실이다. 독일군이 우수하기도 했지만, 연합군의 무수한 실수 때문에 이뤄진 면도 있다. 전쟁은 실수를 덜하는 자가 이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폴레옹의 몰락에 대해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고참병과 기병의 손실이라는 설명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러시아 침공 이후에도 무수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심지어 워털루 전투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국면도 있었고 그루쉬의 부대가 제 시간에 도착했다면 승패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루쉬나 네이 원수가 그 전투에서 큰 실수를 했다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무능했음에도 원수의 자리까지 올랐던 것은 아니다. 

송대의 위대한 학자였던 주희의 경우에도 말년에 점을 친 이야기가 전하다. 한탁주라는 간신이 정권을 잡기 위해 주희와 그 제자, 주희와 친했던 고위관료들을 모함한 것이다. 이때 주희는 죽음을 각오하고 황제에게 상소를 올리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자들이 모두 위험한 일이라고 말렸다.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강직하게 바른말을 올리고 장렬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학파의 미래를 위해 일시 굴욕을 참고 좋은 때를 기다릴 것인가? 참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다. 주희는 결국 점괘에 따라 은거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한다. 

역시 품절된 책이지만 마광수 교수의 책 중에 <운명>이란 책이 있다. 거기에 보면 마광수 교수의 노모가 병이 들어 어느 병원에 입원할지를 점친 내용이 나온다. 물론 병원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병원이 여럿 있다면 더구나 소중한 부모님의 병환이라면 점을 쳐서 유리한 곳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삶에 있어서 무수한 선택의 기로가 있고 그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 일차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다하고 다음으로 직관적인 방법을 통해 답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주의할 점은 점을 치다보면 이것이 버릇이 되서 점에 의지하게 될 수 있다. 사소한 문제까지 점을 쳐보려는 버릇이 생길 수 있다. 나같은 경우 시험관련 운은 점을 치지 않는다. 열심히 했으면 붙을 것이고 열심히 안 했으면 떨어지는 것이다. 그 외에 또 뭐가 필요 하겠는가? 만약 a회사와 b회사 둘 중 어느 곳을 선택할 것인가 라든지 회사를 퇴직하고 이직을 할 것인지, 장사를 시작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충분히 점으로 물어 볼만한 문제다. 흔히 점을 재미로 본다고 말들을 하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재미로 볼만큼 시시한 문제라면 점을 칠 필요가 없다. 점을 칠만큼 절실한 문제라야 점을 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옛사람들이 점을 칠 때 정성을 들이고 무념무상하라고 가르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무수한 잡념과 욕망들을 내려놓고 차분하고 진실되게 자신의 마음에서 답을 구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 

<주역>은 어려운 책이다. 내용도 어렵지만 상징성도 풍부해서 잘못하면 혹세무민, 미신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위대한 경전일 수도 있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까마득한 주나라 시대의 헐어빠진 점서도 될 수 있다. 나는 <주역>을 시공을 초월한 비밀스런 진리를 담은 책이라고 보는 관점에 반대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간 사이비 종교 교주 되기 알맞다. 나는 주역이 시공을 초월한 진리라기 보다는 단지 주나라-춘추시대 중국인들의 인생관, 세계관을 반영한 책이라고 본다. 다만 우리가 쓰기에 따라서 어려운 선택을 할 때 도움을 주고,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 훌륭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