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주역이야기

이성의 여러가지 의미

후암동남산 2021. 2. 28. 08:32

1.철학 사전적 의미

철학사전

이성

[ Reason음성듣기 , , Vernunft ]

외국어 표기

Raison(프랑스어), Ratiō(라틴어)

일반적으로 보고 들어서 아는 감각적 능력과 구별되는 개념()에 의한 사유능력().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라는 말은 바로 이런 뜻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성적 동물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단순히 개념적 사유를 할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이 오직 본능적 충동에 의해서만 행동하는 데 비해서, 인간은 의무의식()에 의해서 행위를 하는 것이 본질적 특질이며 따라서 인간의 행위가 어떤 이성적인 힘에 의해서 지도를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개념적 사유능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이성적 명령에 따르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이성적 동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칸트(I. Kant)의 실천이성()은 이와 같은 이성의 활동을 학문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므로 행할 수 있다”(Du kannst, denn du sollst)라는 칸트의 유명한 말이 명시하고 있듯이 단순히 자율적으로 도덕법()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서 행위를 스스로가 정한 도덕법칙에 합치되게끔 이끌어 가는 의지의 힘을 가졌다는 사실 때문에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한편 이성을 오성()과 구별하여 그와 대립시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서도 철학사상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개념적ㆍ논리적 인식 능력인 오성에 대해서 최고의 실재()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오성보다 한층 더 높은 인식을 가리킨 경우다.

플라톤(Platon)은 누스(nūs)를 감성()과 개념적ㆍ논증적() 능력인 로고스(logos)와도 구별하여 참다운 실재인 이데아(idea)를 예지적으로 직관()하는 능력이라고 규정하였다. 신(新)플라톤학파 그 중에서도 특히 플로티노스(Plotinos)에게도 이 사상은 계승되었으나 스콜라 철학 시대에 이르러서는 이성의 활동능력을 그리스 철학에서의 노에시스(noesis) 혹은 누스(nūs)를 뜻하는 인텔렉투스(intellectus)와 논증적 인식을 뜻하는 라티오(ratiō)로 구별하였다. 이 사실은 근세의 야코비(F. H. Jacobi)와 셸링(F. W.J. Schelling) 그 밖에 동일철학자()들에게까지 계승되었으나 이를 가장 독특한 방법으로 발전시킨 사람은 칸트와 헤겔 (G.W.F. Hegel)이었다.

칸트는 오성을 범주()의 능력으로 보고 이성은 이념의 능력이라고 하는 새로운 구별을 하였다. 그에게 있어서는 양()ㆍ질()ㆍ관계() 등의 범주를 사용하여 인식의 대상을 구성하는 것이 오성의 능력이며, 이에 비하여 이념에 의해서 오성의 작용에 통일과 체계를 주는 것이 이성의 능력이다. 다시 말하면 오성은 개념에서 원칙을 만드는 제약된 인식 능력인 데 비해서 이성은 개념에서 그와 같은 오성의 원칙에 최종적 기초를 부여하는 원리(Prinzipien)를 만들어 내는 무제약적인 인식 능력인 것이다.

헤겔은 오성에는 추상적 개념의 능력을, 이성에는 구체적 개념의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양자를 구별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이성은 오성에 의해서 구별되고 고정된 것, 또는 부분적으로 상호 유리된 경험적 인식 내용을 유동화()시키거나 용해시킴으로써 생동하는 전체성과 대립의 통일을 이룩하는 변증법적 사유 기능을 담당하는 역할을 지닌다. 이것을 사회사상사적 맥락에서 보면, F. 베이컨R. 데카르트로부터 헤겔, 포이에르바하에 이르기까지 이성 개념의 철학적 역할은 언제나 신흥 부르주아지의 세계관 형성을 뒷받침하는 것에 있었다.

즉 각기 다른 철학체계가 어떤 중심문제를 통해서 생성, 발전되었건 간에 이 모두는 결국 이성 개념에서 출발하여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빚어 왔다. 이성 개념의 발굴과 그것의 현실적 역할은 기존의 전승된 체계나 사상으로부터 스스로 탈피하고 해방되기 위한 본래적인 인간의 비판 능력과도 일치한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미 칸트는 '계몽'의 의미를 규정하여 '스스로 저질러 놓은 미숙성으로부터의 인간의 탈피'라고 하면서 이성적 자아의 발견을 부채질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특히 헤겔에 의한 관념론적 이성 철학은 이 철학의 개념 자체를 총체적 현실 일반의 인식을 위한 이론으로 구성했다.

그리하여 헤겔에 있어서는 제반 경험과학의 독자성이 부인되면서 오직 철학적 반성(Reflection)을 통해서만 모든 학문의 이성적 성격이 보장될 뿐이므로, 오직 사변적 논리만이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철학적 인식의 절대적, 전체적 통일성을 갖는 변증법적 사유의 자기 운동과 매개 작용을 수행하고 완성하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철학에서는 이성은 감성에 기초하여 객관적 사물의 변화ㆍ발전으로서의 운동을 파악하는 사고의 작용, 바꾸어 말하면 객관적 존재의 변증법적 운동을 반영하여 파악하는 변증법적 사고의 작용으로 이해한다.

이 이성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간관에서 보여지듯이 인간에게 이미 부여된 불변적인 특성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생활에 기초한 요구에서 출발하여 자연이나 사회에 작용해 가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전하여 온 것이다. 거기에서 이성은 감성이나 소위 오성으로부터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대상에 작용하는 과정으로, 감성을 기초로하여 오성이라 불리는 단계를 통해 전면적인 전개로 나아간다. 현대의 부르주아적 내지 쁘띠 부르주아적 철학에서는 이성의 작용을 저급한 것으로 보거나 또는 의심을 가져, 비합리주의를 주장하거나(예를 들어 실존주의), 이성을 소위 오성의 단계에 머무르게 하는 입장(예를 들면 분석철학)이 주목되고 있다.

 이성 [Reason, 理性, Vernunft] (철학사전, 2009., 임석진, 윤용택, 황태연, 이성백, 이정우, 양운덕, 강영계, 우기동, 임재진, 김용정, 박철주, 김호균, 김영태, 강대석, 장병길, 김택현, 최동희, 김승균, 이을호, 김종규, 조일민, 윤두병)

 

2.두산백과에서의 의미

두산백과

이성

[ reason음성듣기 , ]

요약 사물을 옳게 판단하고 진위()·선악(), 또는 미추()를 식별하는 능력.

이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동물과 구분되게 하는 것이며, 여기에서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라는 정의가 성립한다. R.데카르트는, 만인에게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게 갖추어진 이성능력을 '양식()' 혹은 '자연의 빛'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그뿐 아니라, 예로부터 이성은 어둠을 비추어 주는 밝은 빛으로서 표상되어 왔다.

이성에 의하여 우주에서의 제사상()을 어떤 비례적·조화적 관계에서 바라볼 때, 어둡고 불분명한 혼돈(:chaos) 속에서 어떤 법칙적 관계 속에 정위()된 조화적 우주(調:cosmos)가 출현한다. 본래 그리스어의 로고스(logos:), 혹은 그 라틴어역으로서의 라찌오(ratio)에는 비례·균형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밝은 빛으로서의 이성에 대비한다면, 감성적 욕망이나 정념()은 어둡고 맹목적인 힘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성과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것은 광기()일지도 모른다. 기쁨·슬픔·분노·욕망·불안 등의 정념은 어둡고 비합리적인 힘으로서 내부로부터 폭발한다. 이것을 이성적 의지에 의하여 통어()하지 못하면 정신의 자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

여기에 이성에 의한 정념지배라는 도덕적 문제가 발생한다. I.칸트는 본능이나 감성적 욕망에 기인하는 행동에 대하여, 의무 혹은 당위(:Sollen) 의식에 의하여 결정된 행위가 이성적이라고 하였다. 인간에겐 자율적으로 자기의 의지를 결정하는 이성적 능력이 있어서, 그것에 의하여 도덕적 행위가 가능하다.

이것이 이론이성과 구별되는 실천이성이다. 감성과 대립하는 의미의 이성은 자발성의 능력으로서 파악할 수 있지만, 그 경우 거의 오성()과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성은 가끔 오성과 대립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예로부터 개념적·논증적인 인식능력으로서의 이성에 대하여, 진실재()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보다 고차적인 인식능력으로서 오성 혹은 지성(:intellectus)이라는 말이 쓰였다.

그러나 계몽기 이후 우위관계()는 역전되었다. 칸트는 오성이 감각의 다양성을 개념적 통일로 가져다주는 피제약적()인 인식능력인 데 대해, 이성은 판단의 일반적 제약을 어디까지나 추구하는 무제약()의 인식능력이라고 하였다. 또한 G.W.F.헤겔에서는 오성이 추상적인 개념의 능력인 데 대해, 이성은 구체적 개념의 능력이며, 오성적 개념에 의한 대립의 입장을 초월하여 이것을 살아 있는 통일로 가져다 주는 작용이었다.

이성은 또 우주를 지배하는 근본원리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아낙사고라스(Anaxagoras)의 누스(nous)설()도 그러한 예이지만, 가장 전형적인 것은 헤겔의 세계정신()에 대한 견해로, 역사는 세계정신의 자기실현 과정이며, 거기에는 어떤 이성적인 원리가 일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성 [reason, 理性] (두산백과)

 

3.칸트사전에 따른 의미

칸트사전

이성

[ , Vernunft ]

목차

  1. 【Ⅰ】 '이성'과 그 '비판'
  2. 【Ⅱ】 개념사적 배경
  3. 【Ⅲ】 활동하는 이성

【Ⅰ】 '이성'과 그 '비판'

(1) 최고의 통일의 능력. "우리의 모든 인식감관에서 시작되어 그로부터 지성에로 나아가며 이성에서 끝나는데, 이성을 넘어서서 직관의 소재를 가공하여 그것을 사고의 최고의 통일로 가져오는 고차적인 것은 아무것도 우리에게서 발견되지 않는다"[B 355].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의 '초월론적 변증론' '서론'의 '이성 일반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소절 서두에서 위와 같이 말하고 있다. 이성은 인간의 인식 활동에서 최상위에 위치하며, 바로 사고의 최고의 통일을 가져오는 능력이다. "규칙의 능력"으로서의 지성에 대해 이성은 "원리의 능력"으로 규정된다.

"지성이 규칙을 매개로 하여 현상들을 통일하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이성은 지성규칙들을 원리 하에 통일하는 능력이다"[B 359]. 이성에 의한 지성의 다양한 인식의 이러한 선험적인 동시에 고차적인 통일을 칸트는 "이성통일"이라고 부른다. (칸트의 '이성'이라는 말의 용법에는 이러한 최고의 통일능력으로서의 의미와 더불어 때때로 그것이 좀더 하위의 인식능력들도 총괄한 넓은 의미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이성에 의한 가장 고차적인 통일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즉 ① 논리적 형식적 측면에서 말하면, 칸트는 개념론, 판단론, 추리론이라는 전통적인 학교논리학, 즉 형식논리학의 부문들에 덧붙여 '지성'을 개념(범주)과 판단(순수 지성의 원칙)에 할당하고, '이성'을 추리 내지 추론에 할당하여 이성이 원리에 기초한 추론에 의해서 '사고의 최고의 통일'을 가져오는 능력인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② 그러나 이성이 사고의 최고의 통일을 가져오는 것은 단지 이 측면에서만이 아니다. 확실히 지성과 마찬가지로 이성에 대해서도 내용을 사상한 형식적 논리적 사용이 존재한다.

"그러나 또한 이성 자신이 감관에서도 지성에서도 빌려오지 않는 모종의 개념들과 원칙들의 기원을 포함하는 까닭에, 이성에 대해서는 실재적인 사용도 존재한다"[B 355]. 단지 형식적 논리적 사용이 아니라 이성 속에 놓여 있는 "모종의 개념들과 원칙들"은 실재의 세계와 말하자면 직접 연결되는 것으로서 사용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2) 이성의 실재적 사용. 이성의 사용을 형식적 사용과 실재적 사용으로 나누는 것은 이성을 논리적 능력과 초월론적 능력으로 나누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칸트는 말한다[B 355]. 여기에 칸트가 말하는 초월론철학과 이성 개념의 접점이 놓여 있다. 가장 넓은 의미의 실재와의 관계에서 인간의 이성에게는 무엇이 가능하고 또한 무엇이 가능하지 않은가? 실재와 관계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을 잘못(과도하게) 어림잡을 때 거기서 어떠한 잘못된 파악과 자기모순에의 사로잡힘, 한 마디로 말해서 실재와의 소격과 가상이 생기는 것일까? 이성의 실재적 사용을 둘러싼 이와 같은 물음이야말로 바로 이성 비판의 철학 내지 초월론철학이 풀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성의 자기비판과 한계설정의 시도는 말할 필요도 없이 『순수이성비판』 '초월론적 논리학' 후반의 '초월론적 변증론'에서 집약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덧붙이자면, 이성의 '실재적 사용'이 '사물 자체'의 세계에 미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점을 둘러싸고서는 비판기와 전비판기 사이에 생각의 변화가 놓여 있다. 여기서는 곧바로 살펴볼 이념규제적 사용이 실재와의 관계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선 지적해두고자 한다. '사물 자체'의 불가지를 말하는 비판기에서도 이성의 '실재적 사용'은 적극적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초월론적'(능력)과 '초월적'이라는 두 말의 의미내용의 미묘한 엇갈림도 이 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3) 이성 이념의 위상. '초월론적 변증론'에서 칸트는 이성의 형식적 사용과 실재적 사용, 논리적 능력과 초월론적 능력 사이에 공통된 것이 있다고 간주하여 논리적 추론의 세 형식(정언, 가언, 선언)에 따라서 무제약적 전제 내지 원리로 소급하는 형태로 영혼, 세계, 의 세 가지 '이성이념'을 도출한다.

물론 이러한 절차는 지성의 판단 형식인 형식논리학의 판단표로부터 범주를 도출한 절차에 준한다. 어떠한 경우이든 칸트의 궁극적으로 실재론적 내지 실념론적인 존재론이 이러한 절차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만 한다. 칸트는 이어서 세 가지 이념 각각에 의거하여 그것들의 초경험적 사용에 의해서 생기는 '초월론적 가상'의 가상인 까닭을 분명히 하고 비판적으로 위치를 부여한다('순수 이성의 오류추리', '순수 이성의 이율배반', '순수 이성의 이상'). 이러한 초월론적 가상들에 대한 기술은 이념의 잘못된 사용에 수반하여 일어나는 이성의 실재와의 소격에 관한 칸트 나름의 진단, 즉 시대의 형이상학적 상황에 대한 진단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성 이념이 '초월론적 가상'을 산출하는 원흉으로서 단죄되고 끝나버린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것은 이념의 (구성적 사용이라는) 잘못된 사용에서 유래하며, 이념은 그것과는 별도로 적극적인 실재적 사용이라고 말해야만 할 것을 지닌다. 좀더 고차적인 궁극의 통일로 방향을 부여하여 지성의 탐구를 이끄는, 즉 이념의 규제적 사용이라고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초월론적 변증론에 대한 부록'에 포함되는 '순수 이성의 이념의 규제적 사용에 대하여' 장은 이와 관련하여 중요하다. 거기서 제시되는 이념의 사용례가 대체로 유기적 자연의 인식에 관계되는 것은 칸트의 이성이 원래 비기계론적인 유기적 실재와의 관계를 중시하여 생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칸트의 이성은 나중의 『판단력비판』에서의 전개를 기다릴 것까지도 없이 통상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이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것이다.

【Ⅱ】 개념사적 배경

(1) '지성'과 '이성'. 이성(Vernunft), 지성(Verstand)이라는 말은 각각 라틴어의 ratio, intellectus에서 유래한다. 그리스어로까지 소급하면 λόγος와 νοῦς이다. 두 말 모두 서양 철학의 역사에서 일관되게 문자 그대로 핵심개념의 위치를 차지해온 말들이지만, 각각의 의미내용과 또한 상호간의 위치관계는 일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intellectus(칸트 이전의 용법에서는 오늘날의 '오성'으로서의 '지성'보다는 단적인 의미에서의 '지성'으로 번역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는 직관적 지성으로서 어차피 마음의 능력의 일환이자 간접적 · 논변적 인식을 중요시하는 ratio보다는 상위에 놓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 하에 13세기의 스콜라 철학에서는 신적 우주론적 원리와도 통하는 '능동지성'과 '가능지성(수동지성)'의 학설이 널리 행해졌다.

그러나 인식의 원천으로서 감성적 경험을 중시하는 오컴 등의 유명론자의 등장과 함께 '능동지성' 개념은 형해화되고 오히려 '가능지성'의 계보를 잇는 감성적 인식소재의 가공 · 처리능력으로서의 intellectus 개념이 우세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로크 등 영국 경험주의understanding 개념에로 계승되며, 또한 볼프학파의 intellectus 개념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편 '이성' 개념은 수학적 자연과학의 융성과 계몽주의의 영향 하에 지위가 상승되었지만, 칸트 직전의 볼프학파에서는 intellectus와의 위치관계를 바꾸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2) 칸트에 의한 전회. 볼프학파에서의 동향을 이어받아 ratiointellectus 개념의 서열을 결정적으로 역전시키는 것은 칸트이다. 칸트는 새삼스럽게 명확히 인간에게 있어서의 지성적 직관(intellectuelle Anschauung)의 불가능성을 선언함으로써 이러한 역전을 완수했다. '지성'에게도 '이성'에게도 실재의 실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길은 닫혔지만, 앞에서 말한 "모종의 개념들과 원칙들의 기원을 포함"하고 있는 이성의 '실재적 사용'에 의해서 실재론적 또는 실념론적인 실재 내지 우주와 '이성'과의 인연은 유지되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칸트의 '이성' 개념에는 멀리 '능동지성'과 또는 '종자적 이성(λόγος σπερματικός)'이 지녔던 우주적 함의가 아련히 메아리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Ⅲ】 활동하는 이성

(1) '상상력'의 승격. 칸트는 볼프학파 형이상학의 '경험적 심리학'의 '하위 인식능력'에 대한 서술에서부터 '상상력'의 개념을 말하자면 승격시켜 '생산적 상상력'으로까지 완성함으로써 넓은 의미의 이성 활동의 중요한 일환이게끔 했다. 이러한 과정은 말하자면 이성과 지성의 위치 역전에 의해서 생겨난 공위 상태를 메우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이전에 '능동지성'과 '가지적 형상(species intelligibilis)'이 수행한 역할에 놓여 있는 의미에 해당하는 것이 여기서 보이는 것이다.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하위 인식능력'에 포함되어 있던 '판단력' 개념을 『판단력비판』에서 '반성적 판단력'의 개념으로까지 완성하여 이론 이성과 실천 이성 사이에 다리를 놓고 감정 영역을 해명하는 개념장치이게끔 한 것도 이성과 지성의 지위 역전이 초래한 구조적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시도의 일환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2) 형성하는 이성. "이성이 순수한 이성으로서 현실적으로 실천적인 경우에 그것은 자신과 자신의 개념들의 실재성을 실행에 의해서 입증한다"[Ⅴ 3]. 『실천이성비판』 '서문'의 서두 가까이에서 칸트는 이와 같이 말한다. 이성은 "모종의 개념들과 원칙들의 기원을 포함하며", 그런 까닭에 실재적 사용이 가능하다고 『순수이성비판』에서 말해지고 있었지만, 여기서 이성은 개념과 원칙을 스스로 실현하고 실재하게끔 한다. 이리하여 획득된 '실천 이성', '상상력', '판단력'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이성' 개념은 계몽주의의 평탄한 합리성을 깨트리고 새로운 개념사적 전개에 돌파구를 열게 된다.

-사카베 메구미( )

[네이버 지식백과] 이성 [理性, Vernunft] (칸트사전, 2009. 10. 1., 사카베 메구미, 아리후쿠 고가쿠, 구로사키 마사오, 나카지마 요시미치, 마키노 애이지, 이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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