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남산이야기

55~63년샌 베이비 부머 은퇴 및 창업 ABC

후암동남산 2010. 1. 12. 18:14

밀려오는 베이비부머 은퇴…창업 ABC

올해 창업시장 최대 이슈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퇴직이다.

한국전쟁 후인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710만여 명 가운데 첫 은퇴 주자인 고급 인력 30만~40만명 중 상당수가 창업시장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흙 속에서 진주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기 원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을 노리는 프랜차이즈 업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생계형 창업자는 주거지 인근 분식ㆍ음식점 창업을 노리는 게 좋다. 사진은 일본 전통면 전문점 하코야 점포 .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 도움을 받아 나이, 자본금, 성격, 가족관계 등 은퇴자 유형별로 고려해볼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골라봤다. 20~30년간 직장생활을 한 뒤 은퇴하는 사람들이 창업시 주의해야 할 점도 살펴봤다.

◆ 생계형이냐 대가족이냐 따져봐야

= 투자비가 1억~1억5000만원 미만이고 부부가 함께 전업으로 사업을 운영하면 생계형이라 볼 수 있다.

은퇴자는 사업에 실패하면 재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가용 자본을 전부 투입하지 않고 안전한 선에서 투자하는 대신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형태가 생계형 창업의 특징이다.

자본금 1억5000만원 미만으로는 주거지 인근 작은 주점이나 오피스 근처 소규모 한식 음식점, 분식점 등을 겨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전통면 전문 '하코야'는 1억5000만원 선이면 49㎡(15평) 안팎의 점포 창업이 가능하다.

하코야 삼성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우 씨(52)도 금융업계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뒤 지난해 4월 은퇴해 창업한 케이스. 이씨는 56㎡(17평)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오니기리와 이규동'도 작은 평수에서 빠른 회전율이 가능한 업종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동네 부근에서는 수작 요리주점 '꼬지마루'도 66㎡(20평) 내외 규모 점포를 1억5000만원 전후 투자로 창업할 수 있다.

자녀도 점포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좀 더 큰 규모 점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을 택한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미래까지 고려한 대가족형 창업을 택하라는 의미다.

대가족형 창업은 가족 인건비를 벌 수 있는 대형 점포가 적당하다. 투자비는 3억~4억원대로 231㎡(70평) 이상 대형 전문음식점이 대상이 된다고 보면 된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는 설렁탕 프랜차이즈 '한촌설렁탕'이나 '놀부 항아리갈비', 호프전문점 '치어스' 등.

이들 업체는 설렁탕 원재료를 원팩 시스템으로 공급해 준다거나 호프전문점이지만 신선요리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으로 완벽한 주방 교육 서비스를 해주는 등 대가족형 창업에 적합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과 잠실 석촌호수 인근에서 '치어스' 매장 2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인섭 씨(56)는 부인은 물론 20대 조카들까지 매장 근무에 동원하고 있다.

대신 주방 인원은 가맹 본사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서빙 분야에만 가족이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 창업하고 싶은데 건강 안 좋다면

= 투자할 여유자금은 있는데 건강 등의 이유로 직접 운영에 참여하기 어려운 퇴직자들을 위한 창업 유형도 있다.

위탁관리형 창업 제도를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를 활용할 수 있는 것. 대표적인 곳이 콩나물국밥 전문 완산골명가와 숯불구이전문점 강호동 678 등이다.

위탁관리형은 투자금에 따른 수익금 배분율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완산골명가 선릉점을 운영하는 직장인 오만열 씨(43)는 위탁경영으로 8000만원을 투자해 월 700만원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례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가 일정 비율로 투자하고 비율에 맞춰 수익금을 나눈다.

매장 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동영상 카메라와 웹을 통해 매장 운영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현재 오씨와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매장은 총 14곳.

오씨는 "점주 입장에서 대출받지 않고 매장을 열 수 있어 좋았다"며 "본사도 입지가 좋은 상권에 매장을 열어 홍보 효과를 누리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위탁관리는 아니지만 사장이 매장을 하루 종일 지키지 않는 게 도움이 되는 유형도 있다. 이른바 '반부재 사장형' 창업이다. 도넛전문점, 커피전문점, 의류전문점 등 고령자가 매장을 운영하면 오히려 불리한 업종이 이에 해당된다.

은퇴자가 이런 업종의 창업을 꿈꾼다면 점장을 채용해 매장 운영을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뚜레쥬르, 엔제리너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대형몰이나 대단위 주거지 대로변에 창업할 수 있는 의류 대리점도 대표적인 반부재 사장형 창업에 속한다. 이런 업종은 입지 의존도가 높아 2억5000만~5억원 투자를 예상해야 한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점포를 맡기기가 부담스럽다면 아내에게 운영을 맡기는 방법도 있다. 자금은 남편이 지원하고 운영은 아내가 하는 형태다.

여성 전용 피트니스클럽 '커브스코리아'나 영어와 창작놀이학교를 결합한 '젤리빈'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지만 주체는 주로 아내가 맡는 업종이다. 영어학교는 여성 학부모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 운영주가 유리한 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