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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나쁘다는데 서울 집값은 왜 오르지

후암동남산 2008. 5. 8. 00:15
경기 나쁘다는데 서울 집값은 왜 오르지
공급 부족, 전국적인 ‘서울집’ 수요 등 때문
04/17 09:24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거나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다”는 말이 많다. 실제 최근 국내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동행종합지수라는 게 있다.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 등 실제 경기와 함께 움직이는 8개 지표를 종합해 산출하는 것이다. 1971년 이후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들어 과거보다 경기의 진폭이 상당히 축소되고 주기가 짧아진 걸 알 수 있다.

이는 국내 경기 사이클이 불규칙한 개발도상국형에서 안정적인 선진국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면서 경기 활력이 사라지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많다.

특히 올 들어 경기 침체 신호가 더 강하게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 반전했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역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정부가 내수 진작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침체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소비 위축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회복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미국 10대 도시 주택가격이 2년 전에 비해 평균 1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값 참여정부 5년간 55.5% 급등

그러나 서울은 다르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어제 오늘 나온 말이 아니지만 국민은행에 따르면 참여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5.5%나 급등했다. 올 들어서도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 3월 한 달 동안에만도 서울 집값은 1.4% 뛰었다.
 

경제학 교과서대로라면 경기가 나쁘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소비 여력도 줄어 집값이 떨어지는 게 맞다. 그런데 서울은 왜 예외일까.

일단 수급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의 가구대비 주택보급률은 91.3%로 아직 100% 미만이다. 가구 당 집 한 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 평균은 107.1%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주택수가 240여 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낮고 미국(427가구)ㆍ영국(417가구)ㆍ일본(423가구) 등 선진국에 비하면 60% 수준에 그친다.

집에 대한 집착 강한 국민성도 한 원인

집에 대한 집착이 유달리 심한 국민성도 원인 중 하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현재 한국 전체 가구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 2억8112만 원 중 76.8%가 부동산이었다. 다른 건 못 사도 집 한채는 갖고 있어야겠다는 국민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 연구원의 이주량 박사는 “미국의 경우 이 비율이 40%대인 것과 비교하면 무척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 집’에 대한 수요는 전국적이다. 대구 수성구 교보공인 김호문 소장 “대구 부자들은 대부분 서울에 집 한 채 이상씩을 갖고 있고, 수성구 일대에 재개발 보상금이 풀린 2004~2005년에는 서울 아파트 매입 붐이 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쇼크가 나타나지 않는 한 경기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서울 집값은 떨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 주택시장에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서울ㆍ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국토정책의 밑그림도 수도권은 풀고 지방전략은 다시 짜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서울 지역에 주택수요가 더 몰릴 가능성이 큰 셈이다.

또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독신자 등 1인가구도 서울 주택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지방과 수도권의 ‘균형발전’을 강조한 참여정부 때도 서울 집값은 계속 올랐다”면서 “새 정부가 수도권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기 서울 집값은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