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학원 강사에 '입시전형 과외' 받는 고3 선생님들

후암동남산 2012. 9. 3. 08:05

학원 강사에 '입시전형 과외' 받는 고3 선생님들

3000개 달하는 미로 같은 전형… 설명회마다 수천명 몰려
지방서 버스 전세까지… "진학교사는 괴로워"

 

대입 수시 전형이 여전히 너무 많고 복잡해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 교사들이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학원 강사에게 수시 전형 특강 수업을 듣는 현상까지 등장했다. 제자 입시 지도를 맡는 교사들이 사교육 입시 전문가에게 '과외'를 받는 셈이다.

지난 7월 31일 오후 11시 30분 경기도 부천 가톨릭대 콘서트홀에서 2200명의 진학지도 담당 교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수시 전문가 이대부속고 박권우(44) 교사(입시전략실장)의 '전국 진학지도교사 연수'를 듣고 나오는 길이었다. 오후 2시 시작한 강의는 8시간 30분간 진행됐다.

교사들은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광역시, 경기도 남양주 등에서도 찾아왔다. 버스를 전세 내 단체로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강의는 본래 1200명 선착순 접수를 받았다. 그러나 접수 첫날 5분 만에 좌석이 모두 마감됐다. 자리를 배정받지 못한 교사 1000명은 무작정 설명회장을 찾아와 바닥에 앉거나 강의실 밖 TV 생중계를 보면서 강의를 들었다.

수시 전형을 파악하느라 애를 먹는 교사들은 사설 입시업체 설명회에도 달려간다. 국내 손꼽히는 입시 전문가 A씨가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 설명회를 하면 약 5000명이 몰린다. 이 중 상당수는 현직 교사로 추정된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A씨에게 강의를 요청한다. A씨는 "올 초에도 강원도 지역 고교에서 30명의 교사들에게 2시간 동안 설명을 해줬다"고 했다.

입시 전형은 2500~3000개에 달할 정도로 복잡하고 매년 바뀌는 내용이 많다. 교사들도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진학 상담을 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교사가 입시 강의를 쫓아다니는 풍경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학 지도 교사 경력 6년차인 경기도 남양주시 박모 고교 교사는 올해만 세 차례 설명회를 다녀왔다.

교사들이 입시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입시 전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수시 전형은 크게는 중시하는 전형요소별로 ▲학생부 전형 ▲논술 고사 전형 ▲적성검사 전형 ▲특기자 전형 ▲입학사정관 전형 등 5개로 나뉜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수(變數)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같은 학생부 중심 전형이라도 B대학 C전형은 학생부를 100% 반영하지만, D대학 E전형은 학생부 70%, 면접 30%를 반영한다. 또 전형별로 과목별 반영비율, 수시 최저학력 적용 여부, 학생부 실질 반영 비율 등이 천차만별이다.

입시전문가 이영덕 대성학력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입시 전형은 5년간은 쉬지 않고 진학지도를 해봐야 어느 정도 상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고 했다. 대학들은 전형이 복잡한 이유에 대해 "대학의 인재상에 맞는 다양한 인재를 뽑기 위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스스로 전형을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입시 제도가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